[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일본판 갭'으로 평가 받는 캐주얼 브랜드인 유니클로를 소유한 패스트 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柳井正ㆍ62) 회장이 '저렴한 고품질 캐주얼'이라는 기본으로 회귀하고 있다.
야나이 회장은 지난 5년 사이 패스트 리테일링의 매출을 두 배로 끌어올렸다. 그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 매장을 지금의 네 배인 4000개로 확대해 매출을 6배인 600억 달러(약 67조 원)로 늘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일이 틀어지고 말았다. 갭ㆍH&Mㆍ자라처럼 유행에 좀더 민감한 세련된 옷을 만들고자 하는 욕심으로 '뉴 울트라 라이트 다운' 같은 인기 있는 기본 제품의 재고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매출이 부진했던 것이다.
도쿄(東京) 소재 시장조사업체 재팬인벤스트의 야마토 미키히코 애널리스트는 "막대한 양의 기능성 의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천의 대량 구매력이 바로 유니클로의 강점이었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이에 야나이 회장이 "데님과 가벼운 히트텍 같은 기본 제품을 다시 강화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1971년 와세다(早稻田) 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한 야나이는 자스코라는 소매업체에 들어갔으나 9개월 뒤 퇴사하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맞춤 양복점인 오구니상사(小郡商事)에서 일했다.
그는 아버지 밑에서 12년 동안 일하며 저렴하고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캐주얼 매장을 설립해보고 싶었다. 품질만 좋다면 팔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1984년 오구니상사를 물려받은 야나이는 유니클로(Uniqlo) 브랜드를 선보였다. 유니클로란 '독특한 옷'(unique clothing)이라는 뜻이다.
유니클로가 인기를 얻자 야나이는 1991년 사명을 패스트 리테일링으로 바꿨다. 제조는 중국 공장들에 아웃소싱했다. 그 결과 유니클로를 일반 가격의 33% 수준에 팔 수 있었다.
패스트 리테일링은 3년만에 500개 매장에서 매출 35억 달러를 올렸다. 그러나 모방 업체가 생기고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이 등 돌리면서 패스트 리테일링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02년 후반 야나이는 패스트 리테일링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불어넣고자 회장직만 유지하고 사장직은 젊은 임원에게 넘겨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젊은 사장의 실적이 시원치 않자 3년 뒤 다시 경영일선으로 돌아왔다.
야나이의 복귀 이후 6개월 실적은 기대치를 웃돌았다. 2006 회계연도 상반기 매출이 18% 늘어 21억 달러, 순이익은 24% 증가해 2억3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홍콩ㆍ한국의 6개 신설 매장이 예상보다 빨리 수익을 낸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야나이 회장은 지난해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가 발표한 '일본 40대 부자' 리스트에서 순재산 92억 달러(약 10조3000억 원)로 1위에 등극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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