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프레젠테이션(PT)은 화려하다. '잡스식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검은색 폴라티와 청바지의 수수한 차림의 잡스는 수천여 참석자들 앞에서 카리스마 넘치고 열정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잡스가 연단에 설 때마다 열광이 쏟아지는 이유는 애플의 기존 상식을 깨는 신제품뿐만 아니라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끌어가는 잡스의 흡입력 때문이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LG그룹 내에서 다소 이례적인 CEO로 손꼽힌다. '인화경영'을 모태로 삼고 있는 LG그룹에서 CEO들은 지금까지 다소 점잖은 '양반'같은 이미지를 구축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권 사장은 그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CEO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차세대 3차원(3D) 패널인 '편광필름방식(FPR) 디스플레이' 신제품 발표회에서 권 사장은 직접 중국어로 5분여 동안 인사말을 하고 중국어로 된 노래를 부르기도 했으며,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는 그동안 갈고 닦은 색소폰과 드럼 실력을 직원들에게 뽐내기도 했다. 현재는 임원들과 함께 '댄스 기초 및 스텝 배우기' 강좌를 준비 중이기도 하다.
이렇게 '열정의 DNA'를 품고 있는 두 CEO는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잡스가 '레티나 디스플레이(Retina Display)'라고 이름 붙인 IPS(In-Plane Switching)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애플의 아이폰4에 공급하고 있으며, 아이패드에도 LG디스플레이 패널이 사용되고 있다. 잡스는 지난해 초 아이패드를 첫 공개하면서 "아이패드는 IPS기술이 적용된 최고 품질의 9.7인치 디스플레이를 채용해 대단히 우수한 화질을 선보인다"면서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을 극찬하기도 했다.
최근 무기한 병가를 낸 잡스에 대해 권영수 사장이 빠른 쾌유를 기원하면서 양사의 돈독한 관계를 다시한번 강조해 화제다. 권 사장은 지난 21일 작년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린 애플과 가장 가까운 회사"라며 "병문안이라도 가고 싶은 마음이며, 빨리 쾌유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병상에 누워 있는 돈독한 사업파트너이자 '열정의 피'를 공유하고 있는 동지에 대한 진심어린 관심의 표현이었다.
LG디스플레이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애플의 회사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도시바모바일디스플레이(TMD)와 샤프 등으로부터 패널을 공급받을 계획이지만 LG디스플레이와의 관계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면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과 제품 프로젝트를 누구와 함께 끌고 나가느냐는 것으로 애플과 우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거기서 발휘된다"고 강조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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