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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세금놔두고 가격내려라" 기름값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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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6조원 유류세 놔둔 정부, 업계 압박지속..정책수단도 많지 않아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연일 고공행진하는 휘발유가격 낮추기의 해법을 정부와 업계, 소비자들간 시각차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2008년 배럴당 140달러에 근접하던 시기에도 휘발유가격이 L(리터)당 2000원대였는데 현재 100달러 선에서 비슷한 가격이 유지된다는 점을 두고 업계가 담합하고있다고 의심하며 가격조사에 나서는 한편으로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반면 정유업계는 어떤 식으로는 내려야 하는 분위기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폭 수준으로 내릴 수 없어 고민이 깊다. 또 소비자들은 절반이 세금덩어리인 기름값에 세금인하를 해주던지, 업계가 좀더 과감한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격조사, 통제권 발동=이명박 대통령이 기름값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하면서 기름값 논란에 기름이 불붙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화가 정유사들에 대한 대규모 현장 조사를 시작하는 한편, 도로공사는 전국 고속도로 주유소의 가격을 L당 20원 이하하면서 보조를 맞추고 있다.

최근 기름값 상승의 근본적 원인은 '당연히'국제유가가 상승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원유도입의 대부분은 두바이유다. 현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가 넘은 상태.그러나 원유 수급구조를 보면 정유사들은 원유가격은 두바이와 연동된 싱가포르 현물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구매한다. 싱가포르 현물시장의 가격은 현재 배럴당 100달러가 넘어섰다. 정유업계는 2008년 당시 싱가포르 거래가격과 비교하면 현재 휘발유 가격은 그리 높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 일각과 소비자들이 갖는 불만은 유가가 오를 때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내릴때는 천천히 내린다는 점이다. 이를 가격조정의 비대칭이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기관과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가격조정의 비대칭은 최종제품 가격이 원료가격이 하락할 때보다 상승할 때에 더 크고 빠르게 반응하는 것을 말하는 것.

◆유가와 기름값 비대칭관계? 실제론 적어=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려대 남재현 경제학과 교수팀에게 의뢰한 '국내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성 분석'의 결과가 그렇다. 유가가 자유화된 시점인 지난 1997년 1월 이후 2008년 11월까지를 조사한 결과, 국제 유가가 1원 상승한 달에 국내 휘발유 세전 소매가격은 평균 0.55원, 이후 3개월 동안 1.15원 올랐다. 반면 국제 휘발유가격이 1원 떨어진 달에는 0.30원, 이후 3개월 동안 0.93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휘발유 소비자가격에 빠르게 반영되는 반면 떨어질 때는 반영속도가 늦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는 국제유가, 휘발유가격이 단순변수로만 계산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국내 정유사들은 유가가 자유화된 1997년 1월 이후 2001년 중반까지는 국제 원유가격에 연동해서 내수 석유 공장도 기준가격을 설정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싱가포르에서 거래되는 국제석유제품 가격에 연동해 가격을 산정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도 "휘발유 가격의 비대칭적 조정을 곧바로 정유회사의 폭리나 불공정행위로 연결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2006년 실시한 연구에서 국제 원유가격과 대리점 판매 가격, 대리점 판매가격과 주유소 판매가격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에서 각각 비대칭성과 대칭성이 발견된 바 있다.한 관계자는 "정유사의 폭리문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정유사들의 경영실적에 대한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엄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도 "국제유가와 환율 추이, 주유소 판매가격 등의 추이를 분석한 가격조정의 비대칭은 찬반 양론이 분분한 상태"라면서 "다만 소비자들은 가격이 내릴때는 둔감하다가 오를 때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특히 일부 지역의 최고가를 기준점으로 삼기 때문에 휘발유가격이 폭등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세 내리면 부담 덜까? =현재 보통휘발유를 기준으로 석유제품에 붙는 세금은 L당 900.92원이다. 지난주 보통휘발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 가격(ℓ당 1,804.84원)을 고려하면 49.9%로 딱 절반이 세금인 셈이다. '유류세'로 불리는 석유제품 세금은 세수의 예측가능성과 안정성을 담보하는 차원에서 정액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기름 값이 오르면 전체 판매 가격 대비 비중이 작아지게 된다. 보통 휘발유의 유류세를 놓고 보면 교통세(L당 529원)가 가장 많고, 이어 주행세(137.54원), 교육세(79.35원) 및 이들 세금에 붙는 부가가치세(74.59원) 순이다. 여기에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의 10%(L당 80원 안팎)가 부가가치세로 붙으면 모두 900.92원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국제 유가가 사상 최고치였던 2008년 3∼10월 서민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한시적으로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각각 L당 82원, 57원 내린 적이 있다. 최근 휘발유값이 고공행진하자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은 유류세 중 교통에너지 환경세 인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은 "탄력세는 국제유가의 비정상적 추이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므로, 고유가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 지금은 탄력세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소시모는 "휘발유에 붙는 교육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 주행세는 26%이므로,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인하되면 교육ㆍ주행세도 낮아져 소비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유류세 16조원..정부 포기 할 순 없다=그러나 정부는 세수 감소와 실질적 효과가 적다며 유류세 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09년 기준으로 하면 정부가 한해 유류세로 걷는 세금은 무려 16조원이 넘는다. 재정부가 집계한 유류(油類) 종류별 세수현황(2009년 신고기준)에 따르면, 교통세와 에너지세 및 환경세가 부과되는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5조3845억원과 7조3202억원이 징수됐다. 휘발유와 경유를 제외한 기타 유류의 경우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며, 등유는 3328억원, LPG 프로판 1848억원, LPG 부탄 1조2363억원, 중유 498억원, 부생유 130억, 천연가스 1조5797억원이 각각 징수됐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의 한시적 인하로 줄어든 세수를 대략 1조4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2008년 유류세 세수는 13조8969억원으로 2007년의 15조3492억원에서 1조4523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


재정부 분석에 따르면 2008년 3월10일 유류세 10% 인하 조치 이후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세율 인하폭 대비 최대 58.5%와 55.2%의 소비자가격 인하율을 나타냈으나, 약 1주일 후엔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섰고, 특히 경유는 세율 인하 10일 후, 휘발유는 40일 후에 이전보다 가격이 더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조치에 따라 소비자 가격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휘발유의 경우 2007년 49% 수준에서 2008년 40%로, 경유는 40%에서 30%로 각각 감소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가격 인하효과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며 "세율 인하 후에도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오른 데다 업체들이 유통과정에서 세율 인하의 상당 부분을 이익으로 챙겼기 때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석유 더 확보하고 싼 주유소홍보 약발도 적어=여기에 정부의 정책적 수단도 많지 않고 당장에 효과를 볼 수 있기도 힘들다. 지식경제부가 마련한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대규모 재정 투입과 민간의 자원개발을 유도해 석유ㆍ가스자주개발율을 13%까지 높이고 2012년 18%, 2019년 30%까지 높인다는 구상이다. 석유 비축은 수요가 감소하는 등유 비축은 줄이고 휘발유및 경유비중은 확대하는 한편, 비축유를 일부 방출해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국가적 비상시국이 아니면 방출하지 못하는 비축유의 성격상 기름값 때문에 방출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또한 운전자가 주행 중에도 주유소별 휘발유 가격 등을 쉽게 파악해 주유소 진입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주유소가격 표지판 제도를 개선한데 이어 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오피넷,www.opinet.co.kr)의 콘텐츠를 보강하는 한편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서도 이를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 역시 근본적 처방은 못된다.


정부는 이외에도 시장점유율이 6.4%불과한 농협주유소와 무폴및 자가상표(폴사인에 참여하지 않고 정유사에 자유롭게 유류를 구매해 판매) 주유소에 대해서는 석유품질보증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해 소비자 이용 확대를 유도하기로 했다. 기존 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 이상 저렴한 셀프주유소와 대형마트 주유소 등 원가절감형 주유소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주유소는 인근 주유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판단해 서울 등 대도시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해 제한적인 정책수단이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하 때 운 좋게 환율과 국제가격도 떨어진다면 소비자들이 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작아 정유사로서는 속을 끓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감당해야 할 몫을 민간에 지나치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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