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성정은 기자]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줬다고 검찰 조사 때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말을 바꾼 건설업자 한만호씨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건넨 적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우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한 전 총리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한씨는 2007년 한 전 총리 측근 김모씨에게 65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에 관해 "2006년 말부터 노인요양병원 사업을 추진 중이었는데 김씨가 관련 지식과 인맥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그를 이사장으로 스카웃하려 했다"면서 "김씨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돈을 건넨 것"이라고 증언했다.
한씨는 또 "당시 병원 임원으로 영입하려던 사람들한테 모두 법인카드와 승용차를 제공했다"면서 김씨에게만 돈을 준 게 아니라고 밝혔다.
검찰 조사 때 병원 사업 관련 진술을 안 한 이유가 뭐냐고 김씨 변호인이 묻자 한씨는 "검찰에 협조하느라 얘기를 안 했다"고 증언했다. '한 전 총리에게 정치자금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안 줬다는 증언이)진실"이라고 답했다.
한씨가 한 전 총리에게 건넨 것이라고 검찰이 주장하는 돈 가운데 6억원에 관한 심리도 진행됐다. 한씨는 이날 "6억원 중 1억3000만원은 내가 쓰고 나머지는 회사 전 부사장 박모씨 등 두 명에게 공사 수주 관련 '실탄'으로 지급했다"고 증언했다. 한씨는 검찰 조사 때 이 돈을 한 전 총리에게 줬다고 했다가 법정에서 진술을 바꿨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 부사장 박씨는 "2007년 4월 수주 작업과 관련해 부서 직원 월급 등 업무 경비로 쓰라며 받은 1억원 말고는 한씨에게서 어떤 돈도 받은 적 없다"며 한씨 증언을 반박했다.
한편, 한씨는 "검찰이 진술을 재번복하라고 구치소에 찾아와 고통과 압박을 줬다"며 4차 공판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불출석 사유서'를 지난 7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은 구인장을 발부했고 한씨는 예정대로 법정에 출석했다.
한씨는 사유서에서 "지난해 12월20일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안 줬다는)1차 증언 이후 검찰이 몇 차례에 걸쳐 출석을 통보했고 이에 불응하자 구치소까지 찾아와 진술을 재번복하도록 고통과 압박을 줬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또 "검찰은 언론을 통해 제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것이 한 전 총리 측이 제공하는 이익이나 한 전 총리 측과의 거래에 의한 것처럼 폄하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실에 의해 진실한 증언을 할 수 있도록 검찰 측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증인 출석을 연기하고자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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