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강승훈 기자] 문화재청은 국립고궁박물관의 소장 유물인 '어보'(御寶)를 정리해 '조선왕실의 어보' 총 3권을 발간했다.
이는 단일 유물 건수로는 국내에서도 보기 힘든 방대한 양이며, 거의 완전하게 남아 있어 조선왕실 의례문화 연구에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어보는 존호나 시호를 올릴 때나 가례, 길례 등 각종 궁중의식에 의례적으로 사용된 권위의 상징물이다. 이 어보 유물은 원래 종묘에 보관되어 있던 것들로 1994년 궁중유물전시관으로 이관됐다가, 2005년 국립고궁박물관 개관과 더불어 현재 고궁박물관에서 소장 관리하고 있는 유물이다.
이번 도록에 실린 어보는 태조의 4대 조상(목조, 도조, 익조, 환조)부터 27대 순종을 비롯해 추존왕(덕종, 원종, 진종, 장조, 문조) 등 34명의 왕과 48명의 왕비와 계비, 세자와 세자빈 까지 316종이다. 이들 중 가장 이른 시기에 제작된 유물은 1441년 문종비 현덕왕후의 어보이며, 가장 늦은 시기의 유물은 1928년에 제작된 순종비 순명효황후의 어보이다.
이번에 발간된 책에는 제1권 어보 316점, 제2권 보록·보통 각 312점 및 자물쇠 열쇠, 제3권 보자기, 영자 등 1824점 등 3361여 점의 유물에 대한 상세한 사진자료와 관련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어보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방형(方形)의 보신(寶身)과 거북이·용 등이 조각된 보뉴로 구성되어 있다. 어보를 넣는 금속 내함인 보통의 내부는 비단으로 배접한 것으로, 다양한 문양들이 있어 조선시대 직물 연구에 귀중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보록은 잣나무판으로 제작하여, 어피로 표면을 감싸고, 주칠 또는 흑칠을 한 것이다. 뚜껑 중앙에는 자그마한 거북이나 혹은 밤 모양의 손잡이가 달려 있고, 자물쇠 등의 각종 두석 장식들이 달려 있어, 소목 및 장석의 양식 변화에 대한 추이를 파악할 수 있어 가구사와 금속공예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어보 보자기 직물에 사용된 문양은 운보문이 전체 문양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또한 완전한 색감이 남아있는 다양한 문양의 직물들은 앞으로 우리나라 섬유 예술사와 염색 기법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며, 조선시대 궁중 보자기의 제작양식과 장엄양식을 확인할 수 있어 그 의의가 크다.
어보라는 왕실의 유물이 이렇게 방대한 양이 현존하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향후 이 도록 발간을 계기로 문화재 지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종묘, 종묘 제례 등과 더불어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을 통해 조선왕실의 의례생활과 장엄의식, 격조 높은 왕실문화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강승훈 기자 tarop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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