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회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유상증자 자발적 참여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현대상선이 최근 실시한 유상증자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맏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은 물론 차ㆍ부장, 대리급 직원들도 '십시일반' 동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감독원 및 현대상선에 따르면 현 회장은 지난해 30일 유상증자 참여에 따른 신주(13만3429주)를 주당 3만2000원에 취득했다. 42억7000만원 상당이다. 현 회장의 현대상선 총 보유 주식 수는 244만2295주로 늘었다. 현 회장의 장녀인 정 전무는 1743주를 배정 받아 3만1906주로 보유 주식 수를 확대했다.
오너 일가를 제외한 경영진 중에서는 하종선 사장과 이기승 사장이 나란히 3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9300주를 사들였다. 여기에 우리사주조합원 배정 물량 84주를 받아 하 사장의 현대상선 보유 주식 수는 9384주로, 이 사장은 2만3419주로 각각 늘게 됐다. 하 사장은 전략기획본부장으로서 이번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전을 최전방에서 진두지휘한 인물이며 이 사장은 현 회장을 측근에서 보좌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무와 상무급 고위 임원들도 대거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특히 대다수는 직급별 상한선까지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지원부문장과 컨테이너사업부문장, 그룹홍보실장 등 몇몇 상무들은 1억3400만원 상당을 쏟아 4194주를 취득했다. 지난 연말 인사에서 진급한 진정호 전략기획본부 투자기획담당 상무도 유상 신주 2932주와 우리사주조합원 배정 물량을 보유하게 됐다.
일반 직원들의 참여 열기는 더 활발했다. 직급별 상한선에 최대한 맞춰 차ㆍ부장이 700~850주, 과장이 600~700주 수준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상한선까지 취득하면서도 실권주가 나오면 또 다시 참여하겠다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워낙 참여율이 높아 실권주가 나오지 않자 안타까워했을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대상선 임직원들이 이처럼 '너도나도' 유상증자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는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로서 재무 구조 개선을 통한 정상화에 앞장서겠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특히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당시는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ㆍ합병(M&A)을 위한 실탄 확보가 절실했던 때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몸담고 있는 회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는 직원들 사이에서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지 냉정하게 따져보게 된다"면서 "여러 불확실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상선 임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귀감이 될 만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는 현대상선 주가는 전일(6일) 종가 기준 3만7700원을 기록하고 있어 유상증자에 참여한 임직원들이 주당 5700원의 평가 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현대상선의 주가는 펀더멘탈에 근거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가의 일반적 견해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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