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유가 상승으로 선진국의 원유 수입금액 규모가 늘어나면서 취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선진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의 지난해 원유 수입액은 7900억달러로 지난 한해 동안 2000억달러 급증했다. 이는 OECD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0.5%에 해당하는 것이다.
IEA의 파티 비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글로벌 경제에 위험한 수준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수입액은 글로벌 경제회복세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는 원유 소비국과 생산국에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2.17달러(2.4%) 하락한 배럴당 89.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2주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장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머지않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일 런던거래소에서 브랜트유는 27개월만에 배럴당 95달러를 돌파했다.
비롤 이코노미스트는 "OECD 회원국이 전 세계 원유 수입의 65%를 차지한다"며 "원유 수출국들은 튼튼한 경제를 가진 고객들이 필요하지만 높은 유가로 인해 이들 경제는 추후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결국 OECD 회원국들의 원유 수입량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져 원유 수출국들에게도 좋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원유 소비국들은 특히 교통수단의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IEA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국가들의 지난해 원유 수입액은 700억달러 늘어났다. 이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재정적자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은 지난해 원유 수입액이 각각 720억달러, 270억달러 증가했다. 신흥국들의 부담도 지난해 전체 GDP의 1%에 달하는 수준인 200억달러 늘었다.
비롤 이코노미스트는 "각국의 GDP 대비 원유 수입액 비율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수준에 근접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해 이미 첫 번째 경고음이 울렸다"며 "올해 국제유가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선 상태를 지속할 경우 EU의 GDP 대비 원유 수입액 비율은 2.1%로 올라 2008년(2.2%) 수준에 바짝 다가가게 된다.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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