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동아시아의 금융위기 원인은 지나치게 미국에 쏠린 자본투자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현훈 강원대학교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29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을 통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거의 모든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적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하고 있어 범태평양 불균형의 원인이 됐다"며 " 이 불균형이 지속된 것이 이번 글로벌 금융·경제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에 적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 형태는 주식투자나 은행 대출보다는 장기 채권투자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같은 쏠림의 원인을 동아시아 역내 금융시장이 충분히 발달되지 못한 데서 찾았다.
그는 "1997년 동아시아 외환위기도 역내에 공동 금융시장, 특히 채권시장이 부재하고 과도하게 은행에 의존하게 되면서 '더블 미스매치' 문제가 나타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더블 미스매치란 동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저축율과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로 발생한 잉여 자금을 미국 달러표시 자산을 구매하기 위해 역외로 유출하고, 역내 은행들은 거꾸로 다시 역외에서 단기 외화자금을 대출받아 자국에서 장기의 자국통화 대출을 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역외 금융기관들이 갑작스럽게 자금회수를 요구할 경우, 역내은행들은 '통화의 불일치'와 '대부자산과 부채 만료기간의 불일치'를 겪게 되는데 이를 더블 미스매치라고 한다.
이 교수는 이같은 불균형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의 금융시장을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이를 통해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1997년 발생한 동아시아 외환위기 상황 재발을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 교수는 미국에 대한 급격한 투자 축소는 국제금융시장 불안을 일으킬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역내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역내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를 급격히 축소하면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아직까지 동아시아 국가들의 국가 위험이 높은 상태에서 역내시장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도리어 동아시아 전체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우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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