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컵 축구 대표팀이 30일 오후 7시(한국시각) 아부다비 바니야스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중동의 복병' 시리아와 평가전을 치른다.
조광래호의 기본 전형은 4-2-3-1이다. 언뜻 '더블 볼란테'를 떠올리기 쉽지만 아시안컵 대표팀 23명 중에는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다. 김정우(상무)는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김남일(톰 톰스크), 조원희(수원)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지 오래다.
대신 조광래 감독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동시에 기용한다.
이는 조 감독의 전술적 추구점과 관련이 있다. 조광래호는 패스 플레이를 통해 공의 소유권을 오래 갖고 있으면서 점유율을 높여, 그만큼 상대에게 공격 기회를 내주는 빈도를 낮추는 스페인식의 '점유율 축구'를 추구한다.
이런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사비 에르난데스(FC바르셀로나)와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와 같이 중원에서 양질의 패스를 공급해주고 공수 리듬을 잘 조율할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하다.
때문에 조 감독은 취임 후 줄곧 "전방에 깊고 좋은 패스를 공급할 수 있는 선수를 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대표팀 중원에는 기성용(셀틱), 윤빛가람(경남), 김두현(경찰청), 백지훈(수원) 등 볼 배급 능력이 좋은 선수가 주로 기용됐다.
조 감독이 도입하려는 중앙 수비수(리베로)의 중원 가담, 즉 '포어 리베로' 전술 역시 공격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비력이 떨어지는 중앙 미드필더를 커버해주기 위함이다.
리베로의 중원 가담과 더불어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공수에서 폭넓은 활동량을 가져간다면, 전문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어도 중원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 조 감독의 생각이다.
아시안컵 대표팀 중앙 미드필더에는 기성용, 윤빛가람, 구자철(제주)이 선발됐다. 이 중 기성용은 주전 한 자리를 예약해 놓은 상태다. 최근 컨디션이 좋고 상대적으로 A매치 경험에서도 앞선다. 대표팀 공격의 핵인 박지성(맨유)-이청용(볼턴)과의 호흡도 좋다.
윤빛가람은 조광래호 출범 이후 꾸준히 기성용과 짝을 이뤄왔다. 윤빛가람은 공격력만 놓고 봤을 때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과도 가장 잘 부합하는 선수다.
그러나 공수조율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특히 기성용이 공격에 가담할 경우 나머지 한 명은 수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최근 물오른 기량을 보이는 구자철이 좀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이용래(수원)다. 그는 당초 왼쪽 풀백 자원으로 선발됐지만, 경남 시절에는 중앙 미드필더로 주로 활약했다. 공수에서 팀을 위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플레이 스타일도 갖췄다.
조 감독 역시 "기술과 슈팅력이 뛰어나고 수비력이 좋다. 또 미드필더 간 밸런스를 맞출 줄 아는 선수"라며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이용래는 28일 훈련에서 주전팀에서 뛰며 중원 경쟁에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조 감독은 우선 시리아전에서 기성용-이용래 조합을 시험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상태다. 만약 이용래가 김정우의 대체자로서 합격점을 받는다면 주전 경쟁에 큰 변화가 찾아올 수 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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