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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막대한 로비...회전문 인사로 규제·개혁 요구도 피해

[아시아경제 김민경 기자] 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했던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제공자인 대형 은행들이 여전히 건재한 비결은 뭘까.


28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어메리카(BOA), 시티그룹, 골드먼삭스, JP모건체이스 등 대형은행들은 지난 2년 간 오히려 실적이 늘었다. 골드먼 삭스는 금융사기로 피소돼 5억5000만달러(약 6300억원)의 합의금을 낸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로이브 블랭크파인 회장과 고위급 임원들의 2007년치 밀린 상여금으로 1억달러(약 1150억원)를 적립해 놓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와 법률 전문가들은 금융거래체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여러가지 규제를 약속했으나 그 시행은 미미하다.


월스트리트로 상징되는 미국 금융계는 금융기업 임원들의 경제부처 관료 등용과 막강한 정계 로비력을 통해 정부 정책과 제도 입안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꾸준히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고 있다.

◆경제부처-월스트리트 회전문 인사 = 월스트리트 임원들이 정부 부처에 합류하면서 '월가에 좋은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것'이라는 사고방식으로 금융 제도 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취임해 금융위기를 초래한 월가의 '탐욕과 음모의 문화'를 단속하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경제부처를 친(親) 월가 성향의 관료들로 꾸리면서 뜻한 바에서 멀어졌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수석 보좌관으로 전직 골드먼삭스 로비스트를 등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수석 경제 참모 역할을 한 로렌스 서머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친(親) 월가 인사로 유명했다. 서머스는 파생상품 규제를 반대하는 입장이며, 지난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차관을 지내던 시절에도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을 분리하는 내용의 글래스-스티걸법안의 폐지를 주장했었다.


정부 관료를 월가 임원으로 모셔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티그룹은 지난달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예산국장을 지낸 피터 오스작을 글로벌뱅킹 무분 부회장으로 영입했다. 골드먼삭스는 최근 뉴욕 연방준비제도(Fed) 출신의 테오 뤼브케를 모셔갔다. 골드먼삭스에는 이미 연방준비제도 출신 임원들이 여럿 근무하고 있다.


◆막대한 로비자금 지출 = 대형은행들이 법제도 제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지출하는 로비자금도 만만치 않다. 미 상원 기록에 따르면 2010년 3분기까지 지출한 로비자금이 각각 JP모건은 580만달러(약 66억원), 골드먼삭스는 360만달러(약 41억원)에 이른다. 은행들은 도드-프랭크법으로 명명된 금융개혁법과 관련해 2300쪽에 달하는 진정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도드-프랭크법안은 자기매매 금지와 파생상품 규제를 통해 금융거래 안전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발의됐으나, 규제 수위를 낮추고 유예기간을 주는 등 완화된 내용으로 탈바꿈해 지난 8월 의회를 통과했다.


이들의 로비는 정·관계 뿐 아니라 법조계, 학계, 산업계까지 두루 걸쳐 있다.


대형은행 임원들의 상여금에 세금을 부과하자는 취지의 법안이 발의됐다가 표결에 부쳐지지도 못하고 사라진 예도 있다. 미국 상공회의소가 상원을 상대로 "이 법안은 금융위기 해소, 경제 회복, 일자리 창출 노력을 방해하는 것이며 위헌 소지가 있다 "고 강력히 로비한 결과다.


◆덩치 큰 은행들에 규제도 힘 못써 = 문제는 인사와 로비 뿐이 아니다. 6대 은행의 자산을 합치면 9조4000억달러(약 1경원)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크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 금융체계는 이들 은행에 지배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 역시 이들 은행과 관련 투자자들 보호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도드-프랭크법안은 미국 내 거래에만 적용되는데다 자회사를 통한 파생상품 거래를 허용하고 있어 사실상 위험거래 규제에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미국 정부가 대형은행과 그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금융체계의 건전성과 그에 의지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들을 대변해야 할 것이라는 성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민경 기자 skywalk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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