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22일 정치인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한나라당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여의도 정치권에 본격 데뷔했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정치적 불모지에 가까운 전북지사 선거전에 출마해 20%에 육박하는 18%대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저력을 바탕으로 이제 전직 장관의 꼬리표를 떼고 정치인 정운천으로 첫 걸음을 내딛은 것. 본지는 21일 정 전 장관의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정치인으로 데뷔하는 소감과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호남몫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중앙정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앞으로의 포부는?
▲농식품 산업을 살려내는 것은 제 신념이다. 또한 장관 퇴임 이후 2년여간 지역장벽을 깨는 것을 신념으로 살아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북지사 선거전에 나선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것도 그러한 신념을 정치에 투영하기 위해서다. 전북지사 선거에 나서보니 정말 참담했다. 호남에 31명의 국회의원이 있는데 집권여당이 한 명도 없고 500여명의 시장, 군수, 시도의원이 있는데 한나라당은 아무도 없다. 영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민주주의하는 전세계 나라 중 이런 지역주의가 어디 있겠나. 연말 난장판 국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흑백논리로 대립하는 올오어낫씽(all or nothing) 구조를 끊어야 한다. 이것을 제도적으로 바꾸자. 제가 총대를 매고 상극의 정치를 종식하고 여야가 어우러지는 정치문화를 빨리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여의도정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정치권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여의도 정치권의 기존 풍토에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풍토에 꼭 적응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국민들이 실망하지 않고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할 것이다. 그게 바로 정치인 정운천의 장점이고 나아가야 할 길이다. 케네디 대통령은 정치인의 4가지 덕목으로 ▲ 역사적 방향의 설정 ▲ 용기 ▲ 성실과 신념 ▲ 희생과 헌신을 이야기했다. 전세계 최고 정치인인 케네디의 이 말을 한국 민주주의 정치의 훌륭한 덕목으로 삼아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영국의 처칠 수상이 말한 '돈기브업(Don't give up)' 결코 포기하지 않은 마음으로 정치를 해나갈 생각이다.
-여권 일각에서 정 전 장관의 최고위원 지명에 대한 다소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다
▲지난 2일 피디수첩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어떠한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MBC를 걸어놓고 고소인이 공직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았다. 과거 대통령실장, 총리설이 거론되면서 인사검증서도 냈지만 재판이 남아있어 제 스스로 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12월 2일 이후 기지개를 켜면서 당 최고위원들을 다 만나봤다. 지역장벽을 깨기 위해 최고위원직에 나서게 됐다. 지난 6.2지방선거에 (호남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로) 나섰던 정운천, 김대식, 정용화 중 한 명은 가야 하는데 제가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당 수뇌부에서 결정된 것으로 안다. 일각에서 의심하는 청와대 관련설은 사실무근이다.
-한나라당의 입장에서 호남은 정치적 불모지에 가깝다. 앞으로 호남을 위해 어떤 역할과 활동을 할 것인가?
▲호남에서 진행되는 국책사업이 적지 않은데 원활하게 집행될 수 있도록 든든한 창구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특히 이 부분에는 이정현 의원께서 열심히 노력해주시고 계시는 것으로 아는데 힘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행정부에 있었던 사람으로서의 경험을 살펴 정부와 청와대와의 소통을 통해 애로사항도 적극 해소하겠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가협상 타결 이후 농업 분야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 농정을 책임졌던 전직 장관으로서의 의견은?
▲과거 칠레와의 FTA 이후 농업분야에 큰 타격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한국 농업인은 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했다. 항상 긍정적인 쪽에 무게를 두고 농업인 스스로가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 개방화를 전제로 농민들을 위한 대안과 정책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아울러 이번 FTA협상에서 쇠고기 분야가 빠진 것은 잘된 것으로 본다. 광우병과 관계없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 대한 정서적 거부감은 상당하다. 장관 재직시절 월령 30개월 이상 부분도 국민의 신뢰가 담보될 때까지는 중단하겠다고 했다. 신뢰가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결정될 문제다. 쇠고기와 FTA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한식의 세계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한식재단 이사장으로의 활동계획도 밝혀달라.
▲한국은 50년 전에 밀가루와 옥수수를 원조받는 나라에서 이제 원조국가로 올라섰다. 미국 등 선진국은 비만 등으로 의료보험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거기에 절호의 기회가 있다. 우리의 역사, 정체성, 맛과 얼을 가진 한식을 원조국가의 아이템으로 삼아야 한다. 시골의 장독문화가 살아나고 우리의 건강은 물론 세계인의 건강까지 챙기는 게 바로 한식 세계화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투신한 만큼 이 일만큼 꼭 하고 싶다면?
▲연말 폭력국회를 보면서 서글펐다. 수십년간 이어져온 난장판 국회의 고리를 국민의 힘으로 끊어야겠다. 대오각성이 없다면 여야 상극의 난장판 국회는 연말이면 되풀이되면서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길 것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끊어내는 국민운동이라고 벌이고 싶다.
김성곤 기자 skzer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