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 잘 친 샷이 오히려 페널티 받는 불이익 '개정 시급'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유러피언(EPGA)투어 최대 '빅매치' 두바이월드챔피언십(총상금 750만 달러).
이안 폴터(잉글랜드ㆍ사진)는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주메이라골프장(파72ㆍ7675야드)에서 끝난 이 대회 최종일, 그것도 로베르트 카를손(스웨덴)과의 연장 두번째 홀에서 평생 잊지 못할 쓰라린 경험을 했다. 바로 버디 퍼트에 앞서 퍼팅라인을 읽다가 손에 쥐고 있던 볼을 떨어뜨렸고, 볼은 공교롭게도 볼 마커로 사용됐던 '행운의 동전'을 맞췄다.
폴터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1벌타를 부과받았고, 결국 버디를 잡은 카를손에게 우승을 넘겨줬다. <골프규칙> 20-1조 15항에는 '볼의 위치를 마킹한 뒤 어떤 형태로든 볼 마커를 건드리면 1벌타가 주어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폴터는 이후 "최악의 실수였다"고 회상하며 "골프규칙은 철저히 지켜져야 하지만 어이없는 상황에 대한 개정은 필요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사실 올해 폴터보다 더 끔찍한 '규칙의 덫'에 걸렸던 선수는 더스틴 존슨(미국)이다. 지난 8월 PGA챔피언십 최종일 1타 차 선두를 달리고 있던 존슨은 18번 홀에서 티 샷한 볼이 갤러리가 몰려 있는 '벙커 같지 않은 벙커'에 떨어졌다. 존슨은 이때문에 볼이 놓인 지점을 러프 사이 맨 땅으로 착각했고, 바닥에 클럽을 대는 순간 2벌타를 받아 순식간에 메이저 우승을 날렸다.
그렇다면 선수들이 가장 시급하게 개정해야 할 규칙으로는 어떤 것을 꼽을까.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역시 '최악의 골프규칙'으로 지목한 '디봇에 떨어진 볼을 그대로 쳐야 한다는 것'이다. 잘 친 샷에 대한 보상과 못 친 샷에 대한 페널티로 요약되는 골프에서 잘 친 샷이 디봇에 떨어져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선수들은 또 벙커에서 친 볼이 탈출에 실패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몸에 맞아 2벌타를 받는 경우, 경사지에서 볼을 바로 지면에 놓을 수 없고 계속 드롭을 해야 하는 경우, 플레이 도중 벌타나 착각으로 스코어를 잘못 기재한 것을 경기 후에 알았지만 이미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당하는 경우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선수들의 불만이 2012년 영국왕립골프협회(R&A)나 미국골프협회(USGA)의 규칙 개정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최초로 골프규칙이 만들어진 것은 1744년 영국, 내용도 경기 진행에 관한 최소한의 규정으로 13개 항목에 불과했다. 현대골프는 이제 책 한 권으로도 모자라는 세분화된 골프규칙을 적용하고 있지만 '갑론을박'은 계속되고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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