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 치킨 판매 중단… "비싸다" 여론 의식한 듯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치킨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롯데마트에 맹공을 퍼부어 결국 '5000원 치킨' 판매 중단을 이끌어낸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가 역공을 받고 있다.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탐낸다며 질타하던 여론은 어느덧 "치킨 값이 너무 비싸다"는 쪽으로 몰리고 있다.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 대통령은 "치킨 값이 좀 비싼 것 같다"며 거들어 판을 키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의 60% 정도를 나눠 가진 상위 5개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격담합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네 치킨집과 소비자 사이에서 쏠쏠한 수익을 올려온 프랜차이즈 업계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李 대통령 "치킨 값 비싸"
이 대통령은 이날 반포동 공정위를 직접 찾아 내년도 업무 계획을 보고 받았다. 함께 열린 '동반성장을 위한 대·중소기업 거래관계 공정화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치킨 발언이 나온 건 이 자리에서다. 이 대통령은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롯데마트의 5000원 치킨 판매 중단까지의 경과를 전해 듣고 "나도 2주에 한 번 씩은 치킨을 먹는데 치킨 값이 좀 비싼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은 앞서 트위터를 통해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를 비판하는 글을 남겨 파장을 불러왔다.
현장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이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영세상권 문제도 있지만 싼 값에 먹을 수 있는 소비자 선택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론 "싼 치킨 먹고 싶다"
롯데마트는 이달 9일 5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에 치킨 판매를 시작했지만 교촌치킨과 BBQ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쳤다. 대기업이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을 뺏는다는 여론 몰이에 롯데마트는 결국 시판 7일만인 13일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프랜차이즈 업계는 '승리'를 자축했지만 이내 가격 인하 압박이 시작됐다. 일부 네티즌들은 롯데마트의 치킨 판매 중단 결정 이후 주요 포털사이트를 통해 5000원 치킨 부활 운동, 프랜차이즈 치킨 불매 카페 개설 등에 나섰다. 청와대 홈페이지 등을 통한 청원도 이뤄졌다. 하루 전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은 '싼 값에 치킨을 먹고 싶다'는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런 반응은 '물가관리'에 내년 경제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한 정부의 입장과도 맞아 떨어진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대통령은 어느 한 편을 든 게 아니라 치킨 가격 문제를 소비자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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