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도에 대해 국내 산업계의 반대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이웃 일본에서는 산업계의 거센 반대에 정부가 도입방침을 철회할 것으로 보여, 국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11일 에너지경제연구원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6일 온난화 대책의 일환으로서 도입을 검토 중이던 배출권 거래제도에 관한 환경성 중앙환경심의회 배출권거래제도소위원회가 환경성 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의 한도를 정부가 설정하고 감축을 의무화할 예정이다. 원래는 전력회사만을 예외로 하려고 했으나 제도에 대한 부담이 큰 기업도 예외처리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제도도입에 반대하는 산업계를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日 기업들 반발에 정부안 철회=소위원회 방안을 고려한 환경성안과 경제산업성 안이 일원화될 것으로 전망되나 산업계에서는 엄격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면 생산량 하락과 공장의 해외이전을 초래하게 된다고 하면서 제도도입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또한 도입의 근거가 되는 지구온난화대책 기본 법안이 아직 입법화되지 않아서 실시시기를 알 수 없는 상태다.
환경성 안은 대량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가 총배출량에 제한을 두며 배출상한은 기존의 에너지절약 기술을 도입하면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할 예정이다. 그러나 전력회사는 전력공급 의무가 있어서 총 배출량을 통제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총 배출량이 아니라 생산량 당 배출량에 제한을 두도록 했다.
국내서도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가 주도해 배출권거래제를 2013년부터 도입하겠다는 입법 작업에 나서면서 산업계와 실물부처인 지식경제부와 전문가 등의 반대가 거세다. 지경부와 산업계는 이미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마당에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이중규제라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와 한국철강협회,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등 업종별 이익단체 13곳은 국무총리실과 녹색성장위원회에 전달한 건의문에서 ""온실가스 목표관리제가 내년 시행됨에 따라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와 비슷한 배출권 거래제를 2013년에 또 도입하는 것은 이중으로 기업을 옥죄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U는 시장 변질..다 안하는데 왜 한국만=이들은 "미국, 일본도 현재 배출권 거래제 시행을 포기했거나 보류상태고 경쟁국인 중국, 인도도 도입하지 않는다"며 "주요 20개국(G20) 중 이 제도를 시행한 곳은 5개국으로 시기상조인 만큼 G20 국가가 동시에 도입할 때까지 미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단체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면 산업계의 전체 매출이 연 12조원이 감소하고 특히 철강, 비철금속, 화학, 석유 등 주요 제조업이 상당히 타격을 입는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온실가스 목표관리제와 배출권 거래제가 동시에 제도화된다는 것만으로도 기업의 혼란이 가중할 것"이라며 "목표관리제가 어느 정도 정착된 다음 그 성과를 바탕으로 거래제의 제정과 시행을 논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한편, 배출권거래제 도입 국가 중 대부분이 유럽연합(EU) 국가이며 우리의 경재상대이자 무역상대국인 미국 일본 호주 중국 등은 도입하지 않거나 정부의 도입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은 11월 초 실시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를 거둠에 따라 2012년까지 배출권거래제 관련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유럽은 배출권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전제로 한 거래시장 활성화가 아니라 하나의 투기성 파생상품의 거래시장으로만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이경호 기자 gung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