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자프로골프계가 발칵 뒤집혔다.
바로 '빨강머리 앤' 안선주(23)때문이다. 올해 처음 일본 무대로 건너가 루키 시즌에 시즌 4승을 일궈내며 일찌감치 '상금여왕'까지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19년만의 외국인 '상금여왕'이다. 안선주의 맹활약에 힘입어 '한국낭자군' 역시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32개 대회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4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일본열도를 점령하기 시작했다.
▲ 신지애? 아니, 안선주= 2004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하이트컵에서 우승해 '프로 킬러'의 계보에 이름을 올렸고, 스무 살이 되던 2005년 프로무대에 합류했다.. 2부 투어부터 시작해 5개 대회 중 3개 대회 우승컵을 손에 넣으며 가볍게 이듬해 정규투어에 합류했다.
2006년에도 1승과 준우승 2회 등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지애(22ㆍ미래에셋)가 '5관왕'에 등극해 그 그림자에 가려졌다. 2007년에도 3승을 수확했지만 신지애의 8승에 빛이 바랬다. 신지애로 오해받아 사인 요청을 받은 것도 부지기수다. 신지애가 미국으로 가자 안선주는 그래서 일본으로 방향을 잡았다.
▲ 지옥의 '다이어트 프로그램'=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체중 감량을 위해 전쟁을 치렀다. 일본으로 가기 직전 동계훈련에서는 3개월 동안 무려 10kg을 줄였다. JLPGA투어 시즌 개막전 우승 직후 잠시 한국을 방문한 안선주는 "우승의 원동력은 좋아진 체력 덕분"이라며 "동계훈련 기간 동안 제주도 오름과 올레길을 따라 매일 10km씩이나 걸었다"고 비결을 소개했다.
몸무게가 줄면서 유연성이 좋아졌고, 여기에 혹독한 훈련으로 체력을 더욱 키웠다. 안선주는 "항상 막판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특히 퍼팅 등 숏게임을 중심으로 기량을 끌어올렸다"고 덧붙였다. 저녁마다 먹고 싶은 걸 참아내며 시즌 중에도 체중을 더 줄였고, 7월부터 3승을 더 보태며 훨훨 날았다.
▲ "일본 상금퀸이 되다"= 안선주는 지난해 JLPGA투어 퀄리파잉(Q)스쿨 최종 예선에서 2위로 올해 일본 무대에 입성했고, 지난 21일 엘레에어레이디스오픈을 13위로 마치면서 남은 1개 대회와 무관하게 '상금여왕'을 확정짓는 위업을 달성했다. 1991년 투아이위(대만)에 이어 외국인으로서는 두 번째라는 진기록도 수립했다.
일본 언론에서도 대서특필했다. 도쿄신문은 "체력훈련에 특히 공을 들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고, 아시히신문에서는 "자신의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머리를 빨간색으로 염색했고 일본팬은 여기에 성원을 했다"며 "만화영화 명탐정 코난을 보면서 일본어도 공부하고 있다"는 내용을 곁들였다. 안선주는 "선배들이 걸어온 길이 있어 편했다"면서 선배들에게도 공을 돌렸다.
▲ "자신에게 물주는 법을 안다"= 안선주는 미니홈피에 자신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지어 자기소개를 대신하고 있다. '안 되는 건 되게 만드는 자,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는 자, 주의 깊게 모든 걸 생각하고, 모든 걸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자, 완벽하지는 않지만 노력하는 자'라는 내용이다. 스스로에게 거는 최면과 같은 것이다.
지난 20일 엘레에어레이디스 오픈 3라운드를 앞둔 새벽에도 "오늘, 한번 잘해보자. 너 자신을 믿어. 어치피 안 될 거면 자신있게 쳐보고 후회 없는 경기를 하자. 넌 할 수 있으니까."라고 다짐했다. 상금왕이 확정된 뒤에는 "드디어 끝났다, 드디어"라는 단 한 줄로 모든 기쁨을 대신했다. 언제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어 낯선 나라에서도 기죽지 않는 안선주가 탄생했다.
▲ 안선주의 '비밀병기'= 모두 투어스테이지 제품을 사용한다. 드라이버는 703모델이며, 로프트는 9.5도, 강도는 S다. 701 3, 5번이 롱게임을 맡고, 유틸리티클럽인 X-UT 2, 3, 4번이 상황에 따라 등장한다. 아이언 역시 703 모델이다. 웨지는 101HB 52도와 58도, 볼은 X-01 G플러스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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