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또 다시 재현된 'AG 4강 징크스 악몽'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객원 기자]징크스를 깨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한국 축구가 또 다시 아시안게임 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한국 시각) 중국 텐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UAE를 상대로 연장 후반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얻어맞고 0-1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홍명보호는 경기 내내 UAE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음에도 상대 골키퍼의 선방과 문전에서의 골 결정력 부족으로 골을 뽑아내지 못했고, 결국 마지막 순간 결승골을 허용하며 'AG 4강 징크스'와 '중동 징크스' 모두를 넘지 못하고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한국은 월드컵 본선 7회 연속 출전 등 세계 무대에서는 아시아 축구의 맹주로 군림했지만, 유독 아시안게임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었다. 특히 1986 서울 아시안게임 금메달 이후 24년 간 금메달은 커녕 결승 문턱을 넘지도 못했다.

홍명보, 최순호, 황선홍, 서정원 등이 출전했던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 4강에선 이란에 0-1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고,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최국 일본을 꺾으며 준결승에 올랐지만, 우즈베키스탄에 0-1로 예상치 못한 일격을 당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1998 방콕아시안게임 8강에선 홈팀 태국을 상대로 상대 선수가 2명이 퇴장당한 유리한 상황을 살리지 못하고 1-2로 패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한국은 2000년 들어 치른 세 차례 준결승에서 모두 중동 국가에 덜미를 잡히는 '중동 징크스'를 겪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0-0으로 무승부를 거둔 뒤 승부차기에서 3-5로 패했고,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라크에 0-1의 예상 밖의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이번 UAE를 상대로 또 다시 연장 후반 인저리타임에 통한의 결승골을 내주고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더욱 아픈 기억은 지난 5번의 준결승 모두 무득점 후 패배를 당한 점이다. 24년간 한국은 8강까지 강한 화력을 선보이다 준결승만 되면 침묵했고 예기치 못한 패배에 당황했다.

특히 이번 패배로 한국은 90년 이후 5번의 준결승 중 4번이나 중동 국가에 패하는 굴욕을 이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