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KT(대표 이석채)가 9일 환율 변동 문제를 이유로 아이패드 예약판매를 돌연 취소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T 관계자는 "글로벌 환율 변동 문제로 인해 아이패드 공급가격 결정이 지연돼 사전 예약을 부득이하게 연기하게 됐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KT의 설명에 따르면 애플과 아이패드 공급 가격조차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한 셈이다. 업계는 이런 KT의 설명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글로벌 환율 변동폭이 제품 가격 자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9일 금융당국의 매매기준율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113원으로 마감됐다. 최근 한달여간의 환율 변동은 그리 크지 않았다. 지난 10월 12일 1134원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뒤 지난 4일 1105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등락폭을 가장 크게 잡아도 제품 가격에 2만∼3만원 정도 영향을 미칠 뿐이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KT의 아이패드 예판 취소 사유로 '묻지마 예약 판매'를 이유로 지목했다. KT는 이날 예약판매를 진행하면서 별도의 가격이나 예약 가입자에게 제품이 언제부터 배송되는지를 고지하지 않고 단순 예약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런 단순 예약에 대해 애플이 제동을 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애플이 해외에서 가격이나 제품 인도시점을 밝히지 않고 아이패드의 예약 판매를 진행한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아이패드 예약 구매자들이 얼마에 살 수 있을지, 언제 받을 수 있을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KT가 무리하게 예약 판매를 진행하자 애플측에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KT의 설명대로 환율 문제라면 환율이 추가 하락하기 전까지 예약판매를 안 하겠다는 얘기와도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SK텔레콤이 이번 주 출시 예정인 '갤럭시탭'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의견도 내 놓고 있다. KT와 SKT는 태블릿PC가 국내서 첫 선을 보이는 만큼 팔아서 수익이 날지 오히려 손해가 날지 주판알을 튕기기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의 제품 출시 가격을 비교해보고 가격을 매기려 서로 연일 출시 발표를 미루는 등 KT와 SKT의 서로 눈치 보기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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