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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IT기업 편법 다단계 횡포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2초

-썬마이크로시스템즈, SW밀어내기식 판매
-피해업체 30여곳···금액도 최소 100억원 추산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이창환 기자] 글로벌 IT기업인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한국지사(이하 한국썬)가 시장 우월적인 지위를 활용해 자사 소프트웨어를 국내 기업들에게 '편법'다단계 거래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썬은 대리점들에게 마치 최종구매처가 확정된 것처럼 제품을 파는 소위 '밀어내기식' 판매를 한 혐의로 사기와 '불공정'거래 의혹까지 받고 있다. 한국썬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된 피해 기업은 SK네트웍스, 한글과컴퓨터 등 대기업에서부터 엔제이디지털, 에이비넷 등 중소업체까지 파악된 것만 30여개 달하며 총피해금액도 10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썬의 총판인 유웨이시스템은 '지난 2년간 한국썬의 다단계 판매로 피해를 입었다'며 이 회사의 전직 영업대표 등을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 및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한국썬은 법률대리인인 김앤장을 통해 "대리점에게 제품을 판매한 것에 불과하다"며 제품대금에 대한 환불거절은 물론 거래자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한국썬의 영업대표인 김모과장은 "기업은행과 행정안전부 등이 최종구매자로 결정됐으니 전자주문만 하면 납품받게 해주겠다"고 제품구입을 종용했다는 게 유웨이측의 주장이다. 이에 이 회사는 지난 2008년 9월부터 2009년 6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16억원 상당의 소프트웨어 매입대금을 한국썬에 선지급했다.


이에 한국썬은 해당소프트웨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물론 확정됐다던 최종구매처로의 납품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한글과컴퓨터 등의 또 다른 대리점에게 '제품 없이' 세금계산서만 주고받는 재판매를 종용했다. 이 같은 방식의 밀어내기는 한컴을 통해, 엔제이디지털, 에이비넷 등 7단계에 걸친 재판매가 이뤄졌지만 제품은 물론 최종구매자도 없이 '장부상' 계약에 머물렀던 사실상 허구거래였다.


한국썬은 SK네트웍스, 한컴 등 대기업에게도 같은 방식의 다단계 판매를 종용해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썬과 거래로 40억원의 매입재고를 보유하게 된 SK네트웍스의 한 관계자는 "기존에 한국썬의 서버판매도 같은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소프트웨어의 경우는 각각의 수요처가 사용하는 개별적 전산프로그램에 최적화 할 수 있는 소위 맞춤형 솔루션이라 최종구매자가 있다는 한국썬의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SK도 한국썬이 지정해준 또 다른 대리점에게 재고물량 일부를 재판매했지만 최종구매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올 초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공정위도 한국썬의 다단계 거래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 하에 대리점들간의 거래를 집중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다단계 거래는 현재까지 파악된 것 중에 최고 12단계까지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썬은 거래 당사자가 거래 단계를 알 수 없게 해 여러 회사가 물고 물려도 해당기업들이 전체 윤곽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했다. 매입대금을 떼인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대표가 회사 문을 닫고 잠적한 경우도 있으며 도산위기에 처한 기업이 하나둘 생겨나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말 한국썬을 인수한 오라클측은 "이 건과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힐 게 없다"는 대답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규성 기자 bobos@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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