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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IT기업 편법거래 수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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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IT기업 편법거래 수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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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자 요구사항 반영해 제조된 맞춤형 솔루션제품..누구나 구입할 수 없기 때문
-재판매 통해 쉽게 중간 마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물품 없는' 거래 수락
-최종구매자 확정됐다는 말만 믿고 제대로 확인도 안해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이창환 기자] SK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조차도 한국썬의 다단계 거래로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고 하위 대리점과의 법정다툼까지 벌어진 데는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해당 시장의 우월적인 지위를 십분 활용해 거래를 독려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해석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의 최종 구매처와 계약이 체결됐으니 선주문을 통해 물품대금만 지급하면 바로 납품받게 해주겠다"는 한국썬측의 달콤한 거래 조건을 선뜻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주장이다. 게다가 일부 대리점은 향후 썬마이크로의 총판 자격을 주겠다는 특혜성 조건까지 제시받자, 최종구매처의 확인도 않고 제품도 받지 못한 불공정 거래임에도 대금을 선뜻 건넸다.

이경일 유웨이시스템즈 부사장은 "썬마이크로가 글로벌 대기업인 만큼 최종 구매처도 없이 무조건 제품을 팔았다는 게 지금도 이해가 안된다"며 "업계 관행상 다단계 판매방식은 과거에도 종종 있어왔기 때문에 무조건 믿고 대금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유웨이는 이 같은 거래로 물품대금 11억원을 지급했지만 당초 한국썬 관계자가 언급했던 기업은행, 행정안전부 등의 최종구매처에게 제품을 납품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선 지급한 금액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 같은 '장부상' 거래 피해가 SK네트웍스, 유웨이, 오픈시스템, 한컴 등 1차 총판에서 머물지 않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1차 대리점(총판)들은 다시 한국썬이 지정해준 2차 대리점에게 장부상으로만 존재하는 물품을 다시 재판매했고, 2차 대리점의 상당수는 또 다시 3차 대리점으로 재고를 넘겼다. 이런 식으로 마치 거미줄처럼 다단계 거래가 이뤄져 총 12단계까지 장부상 거래가 진행된 것도 있다. 업계에선 미 파악된 장부상 거래가 표출될 경우 그 피해 규모조차도 추산하기 힘들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하위 단계로 내려 갈수룩 종업원 수가 10명 미만의 소규모 대리점들이 많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리점들 모두 한국썬 영업담당 직원의 말만 믿고 거래를 진행하다보니 한국썬을 상대로 한 총판들의 고소는 물론 총판과 대리점, 혹은 대리점들 간의 줄 소송도 이어지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지고 있다.


실제 엔제이디지털은 지난 달 유웨이를 상대로 부당이득권 반환 소송을 냈다. 한마디로 제품도 없이 장부상 거래를 통해 건넨 제품대금을 2억여원을 돌려달라는 얘기다. 하지만 유웨이도 한국썬의 말만 믿고 장부상 거래를 해온 터라 물품(소프트웨어)를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남재 엔제이디지털 대표는 "한국썬의 영업대표인 김모 부장이 직접 최종구매처가 확정됐으니 유웨이의 거래를 받으라고 종용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회사도 한국썬의 다단계 거래 물량을 여러 대리점들을 통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거래 대리점의 세금체납액까지 고스란히 떠 앉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엔제이디지털에게 장부상거래를 통해 재판매를 했던 중간단계의 대리점인 디지옵트론이 장부상 매출의 대금을 받지 못해 세금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금체납, 파트너쉽 붕괴, 영업적자, 도산 등 피해속출
엔제이디지털은 현재 매출채권 압박으로 경영이 크게 악화돼 영업적자로 돌아섰으며 직원도 절반으로 줄여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썬의 다단계 거래로 그동안 꾸준히 신뢰를 쌓았던 협력업체까지 피해를 입히면서 파트너십이 깨져 무형의 피해가 더욱 큰 상태다.


또 다른 피해업체인 에이비넷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IT 컨설팅이 주사업인 이 회사 역시 한국썬이 소개시켜준 SK네트웍스와 엔제이디지털 등으로부터 한국썬의 제품을 구매 해 또 다른 회사에 판매했지만 역시 대금을 받지 못했다. 해당 대리점에서 물품을 받지 못해 대금을 지불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반면 SK네트웍스는 '거래 대금을 조속히 지불하라'며 에이비넷 대표의 집을 가압류하자 이 회사 대표는 장부상 거래 대금 6억원을 지급했다. 물품도 받지 못한 채 대금만 지급하자 자금줄이 막히면서 경영이 악화된 상태다. 이 회사는 직원을 줄이고 3개 사무실 중 하나를 폐쇄한 상태다. 맹정열 에이비넷 대표이사는 "SK측에 우리도 매출채권을 받지 못해 대금을 줄 수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여러 곳으로부터 매출채권이 떼여 자금이 돌지 못해 은행 계좌가 막히고 영업이 매우 힘든 상태"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처럼 피해기업은 눈덩이처럼 늘어나지만 정작 다단계 거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한국썬은 묵묵부답이다. 현재 한국오라클과 합병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썬은 지난해 구조조정을 통해 상당수 인력을 감축했다. 이 과정에서 이번 다단계 거래의 주체라 할 수 있는 김모 씨등 관련 인력도 퇴사를 한 상태다. 대외적인 공식 입장표명도 한국썬이 아닌 한국 오라클에서 담당하고 있다. 이 회사의 김영재 상무는 "현재 합병작업이 진행 중이라 상황이라 공식적인 입장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썬은 이 건과 관련해 국내 대형법무법인인 김앤장에 사건을 의뢰해 소송을 건 업체들에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앤장이 제출한 답변서에 따르면 한국썬은 사건에 대한 책임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SK, 유웨이 등 파트너(총판 혹은 대리점)은 독립된 재판매업자이므로 구매한 소프트웨어를 최종구매자에게 재판매하는 것은 전적으로 파트너의 몫이라는 주장이다. '계약서 어디에도 제품 재판매와 관련해 구체적인 의무가 있다는 내용은 없다'는 입장만 강조하고 있다.




이규성 기자 bobos@
이창환 기자 goldfish@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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