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삼성 선발 차우찬이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이닝 5실점으로 선동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차우찬은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 출전해 4이닝 5피안타 5볼넷 5실점(5자책)을 기록했다. 총 78개의 공을 던지며 삼진 4개를 잡았지만 볼넷 5개를 허용하는 등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차우찬은 5회 무사 1, 2루서 오재원에게 번트안타를 내준 뒤 정인욱과 교체돼 마운드를 내려왔다.
정규시즌 우려대로였다. 차우찬은 9월 초 두산과의 가을야구에 걱정을 토로한 적이 있다. 그는 “두산 김동주, 손시헌, 이원석에게 약하다”며 “내 투구 각도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세 선수는 올 시즌 차우찬과의 대결에서 각각 4타수 1안타, 5타수 2안타,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가장 무서운 타자는 신인 양의지. 5타수 5안타 맹타로 그를 괴롭혔다. 이에 차우찬은 “그 대안으로 새로운 구종 연마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뚜껑을 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투구는 정규시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반부터 불안했다. 연이어 두 개의 볼넷을 내주며 실점 위기에 놓였다. 이종욱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 3루. 벼랑에서 그를 구해낸 건 박한이였다. 최준석의 플라이 타구를 잡아낸 뒤 발 빠른 3루 주자 정수빈을 홈에서 태그 아웃시켰다.
차우찬은 2회 이원석과 임재철에게 각각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용덕한을 삼진 처리하며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고 그 기세를 몰아 3회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정수빈과 이종욱을 상대로 각각 삼진으로 잡아내기도 했다.
상승세는 4회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최준석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후속 김동주에게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얻어맞았다. 2-2로 점수는 순식간에 동점이 됐다.
차우찬은 바로 우려를 늘어놓았던 타자들과 내리 승부를 가졌다. 한 고비는 넘었지만 두 번째는 넘어졌다. 이원석을 삼진 처리했지만 손시헌에게 좌익수 앞 안타를 내줬다. 하지만 더 이상 실점은 없었다. 후속 임재철을 9구까지 가는 진땀승부 끝에 2루수 앞 병살타로 잡아냈다.
4이닝 2실점. 차우찬은 1이닝만 더 막으면 자신의 임무를 다 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최강의 불펜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구원투수들이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에도 어깨는 가벼워지지 않은 듯했다. 용덕한과 정수빈에게 각각 안타와 볼넷을 허용한 뒤 다음 타자 오재원에게 번트안타를 내주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바로 마운드에 강판된 차우찬은 바통을 넘겨받은 정인욱이 이종욱과 최준석에게 각각 희생플라이와 2루타를 맞아 5실점을 기록하게 됐다. 선동열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그는 이후 더그아웃에서 연신 고개를 숙이며 쓸쓸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사진 스포츠투데이 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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