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부산은 ‘야구의 도시’다웠다.
롯데와 두산의 준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2일 사직구장. 경기 시작 세 시간 전부터 경기장 주변은 야구를 보러 온 관중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뜨거웠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고 원정에서 2연승까지 거둔 롯데의 선전 때문이었다. 롯데는 이날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1999년 이후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게 된다.
일찌감치 차들로 가득 찬 주차장. 매표소 앞은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의 동동 구르는 발소리로 시끌벅적했다. 표를 구하지 못한 롯데팬 김정남(56) 씨는 “암표를 구하고 싶은 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 3명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나영석(33) 씨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최근 3년 가운데 가장 열기가 뜨거운 것 같다”며 “거제도에서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다”라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준 플레이오프 입장권 예매는 12분 만에 매진됐다. 사직구장을 관할하는 동래경찰서는 암표상들의 기승 척결을 위해 일찌감치 야구장 주변에 포진 돼 단속에 나섰다. 그 인원은 의경 1개 중대와 경찰 40여명에 이르렀다.
뜨거운 열기에 사직구장 인근 상점 및 숙박업체들은 활짝 웃고 있다. 일반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시민은 “롯데의 선전에 호황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많은 손님이 몰릴 것을 대비해 일일 아르바이트생 1명을 추가하고 음식재료를 충분히 마련해놓는 등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숙박업체를 운영하는 한 시민은 “이 때만을 기다려왔다”며 “롯데가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사직구장 인근에 위치한 대형마트와 편의점들은 경기 전날 치킨, 김밥, 음료수 등 야구장 먹거리를 두둑하게 준비하며 롯데 팬 맞이에 나섰다. 이들의 예상대로 경기 당일 내부에는 많은 손님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대성황을 이뤘다. 롯데 관련 상품 판매점들도 삽시간 만에 이대호, 조성환, 홍성흔 등 간판선수들의 유니폼이 팔려나가며 호황을 누렸다.
사람들로 북적인 건 야구장 안도 마찬가지였다. 원정응원석마저 대거 점령하며 하나된 목소리로 롯데 선수들을 응원했다. 경기 전 롯데 서포터스는 특유의 응원도구인 신문지와 주황색 쓰레기봉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관중들은 3회 롯데 공격이 끝난 뒤부터 머리에 봉투를 쓰고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열띤 응원을 펼쳤다.
한편 이날 3루 관중석은 4회 두산 공격 중 부산 출신 배우 천정명이 선그라스를 착용하고 나타나 3분여간 들썩이는 등 소란이 일어났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스포츠투데이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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