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정상외교 다시 한번 빛..한-EU FTA 조기발효 이끌어내
[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입장을 보여온 이탈리아를 설득해 내달 6일 서명키로 합의한 막후에는 이 대통령의 치밀한 설득작업이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당초 이탈리아는 1년 이상 발효를 늦출 것을 요구했으나 절충이 이뤄진 것"이라며 "이탈리아를 제외한 26개 EU 회원국들이 우리와 협조해 이탈리아를 적극 설득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무엇보다도 이탈리아가 FTA 승인에 반대 입장을 밝혀 애를 먹고 있을 때 러시아를 방문중이던 이 대통령이 현지에서 이탈리아 총리를 만나 막후대화를 가진 게 문제를 푸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일 러시아 방문 당시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주재한 만찬에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참석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친분을 돈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친근감이 쌓인 뒤 FTA와 관련해 설득작업을 벌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만찬 분위기가 무거운 이야기를 꺼낼 상황이 아니었고 시종 웃음꽃이 폈다"면서 "이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 총리를 따로 불러내 한·EU FTA와 관련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한·EU FTA가 한국은 물론 이탈리아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빠른 시일내에 발효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는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마지막 일정이었다. 앞서 이날 오후 이 대통령과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정상회담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현지 일정상 회담을 갖지 못했었다.
당시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두고 국내 언론에서는 한·러간 협력 강화에만 초점을 뒀으며, 이탈리아와의 FTA 논의에 대해서는 큰 의미를 찾지 못했었다. 결국 이탈리아가 반대 입장을 찬성으로 바꾸면서 이 대통령의 막후외교가 다시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이날 만찬 자리가 사실 FTA를 언급할 자리가 아니었음에도 이 대통령이 자신의 특기인 협상력을 십분 발휘해 이탈리아의 입장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안다"면서 "예상보다 빨리 한·EU FTA가 발효되는 길을 열어 이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막대할 것"이라고 알렸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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