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지난달 29일 김태호 전 총리 후보가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청와대 안팎은 새 총리 후보 물색작업으로 다시 바빠졌다.
'세대교체'를 내세웠던 김태호 후보와 장관 후보 2명의 낙마는 집권후반기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다. 집권후반기 국정이념으로 내세운 '공정한 사회'에 부합하지 못한채 스스로 중도포기한 총리 후보는 또 다른 과제를 남겼다.
'공정한 사회'에 적합한 총리를 찾는 것이 그것. 청와대는 이때부터 새 기준에 맞는 총리감을 찾는 데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기준은 무엇보다 '도덕성'이었다. 다시 한번 총리 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국정운영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당시 거론되기 시작한 인물은 김황식 감사원장과 조무제 전 대법관 등이었다. 법조계 출신의 이들은 청렴한 모습을 늘 유지해왔기 때문에 '공정한 사회'에 적합한 총리 1순위로 거명됐다.
한때 '경제 총리'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제장관 교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더욱이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자녀 특혜취업과 관련해 옷을 벗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윤 장관 스스로 거듭 고사의 뜻을 밝혔다.
지난 9일 청와대가 강화된 인사검증 시스템을 이번 총리 인선부터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후임 총리의 콘셉트는 더욱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200여개의 질문을 통해 자기 검증을 해야 하고, 청와대에서 '모의 청문회'격인 집중 면접을 받아야했다.
이같은 검증을 거치기 위해서는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도덕성'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하기 때문에 '공정 사회'에 걸맞는 총리로 다시 압축되기 시작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인사추천 및 검증을 대폭 개선해 원점에서 다시 인선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인선작업을 총괄한 임 실장은 김황식 후보와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압축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고, 이 대통령은 임 실장까지 총리 후보 선상에 두고 본격적인 검증작업을 벌였다.
우선 200문항의 자기문답서를 받아 문제점이 될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여부를 확인했다. 김황식 후보는 2008년 감사원장 인사청문회에서 불거졌던 병역면제 논란을 의식해 여러차례 총리직 제의를 고사했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모두 병역면제자인데 총리마저 병역면제가가 맡게 되면, 국민들의 입방아거리가 되기 십상이란 판단에서다.
김황식 후보가 거듭 고사의 뜻을 전하면서 한때 안대희 대법관 등 다른 예비후보들이 유력한 총리 후보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직접 나서 김황식 후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병역문제는 이미 인사청문회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진 만큼 총리 직책을 수행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실장은 "1972년 당시 후보자가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장교로 갈수 있었으나, 당시 면제 기준에 눈의 굴절각도 차이가 2디옵트를 넘어서면 면제였는데 김 후보자는 5디옵트 차이가 났다"면서 "안간 것이 아니라 갈 수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황식 후보가 전남 출신이란 점이 다른 후보에 비해 강점으로 작용했다.
임 실장은 "김 후보는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임명되면 41대 총리가 된다. 그동안 두번 총리를 맡은 세명을 포함, 총 37명의 총리 가운데 (본적 기준으로) 전남·광주 출신은 김 후보가 (총리로 임명되면) 최초다"면서 "이 대통령은 역사적 의미도 있다고 생각하고 최종적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맹 장관과 임 실장이 직책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유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저녁 김황식 후보를 총리 후보로 결정키로 하고, 바로 다음날인 16일 오전 대통령실장과 정책실장, 홍보수석, 정무수석, 민정수석 등이 참여한 '모의 청문회'를 열어 확정했다. 모의 청문회에서는 병역과 불법증여 등 의혹에 대해 '문제 없음' 결론을 내렸다.
임 실장은 "그간 검증작업을 한 유력후보 중 종합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최종 결정했다"면서 "국정전반을 다루는 감사원 원장으로 2년 넘게 일하면서 국정 전반을 파악하는 충분한 기회를 가졌다. 특히 존경받는 법조인으로서 이명박 정부가 국정기조로 추진하는 '공정한 사회'의 가치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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