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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골프기행] "원숭이와 골프를~" 르메리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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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의 골프기행] "원숭이와 골프를~" 르메리디앙 네팔 카트만두의 르메리디앙골프장에는 원숭이가 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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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도 명문골프장이 있다.

'등산'과 '관광지'로만 알려져 있는 카트만두 시내에서 8km 떨어진 곳에 르메리디앙골프리조트(Le Meridien Gokarna Forest Golf Resort)다. 부속골프장으로 18홀 규모에 파72, 전장 6715야드의 국제규격코스가 있다. 데이비드 키드가 1999년 설계한 곳이다. 네팔의 아마추어 골프대회는 물론 써야마스터스라는 프로골프대회가 열린다.


전반 9개 홀은 100여년동안 관리한 숲속을 돌면서 주위의 논과 밭을 보는 낭만적 코스이고, 후반 9개 홀은 사원과 동네마을을 끼고 돌아 멀리서 그들의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롭다. 이 골프장은 본시 네팔왕들의 '사냥터'였다는데 인도의 대기업이 부지를 구입해 체인호텔과 골프장을 건설했다.

따뜻해지는 오후가 되니 수백마리의 원숭이가 페어웨이를 가득 채웠다. 혹시나 샷 한 공이 원숭이를 때리지는 않을까 걱정했더니 캐디가 "걱정말라"며 재촉한다. 유심히 보니 이미 성한 놈이 별로 없다. 눈이 찌그러졌거나 다리가 한쪽인 놈 등 등 상처투성이다. 다리를 절룩거리며 먹이를 달라고 쫓아다니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캐디에게 들으니 골퍼들이 친 공에 많이 죽기도 한다고 했다.


골프장 입장에서도 이 원숭이가 골칫거리다. 괴성을 지르며 떼로 몰려다니며 코스에서 권력싸움을 벌인다. 골프볼을 집어가기도 하고 골퍼들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쫓아다니며 플레이를 방해한다. 아무데서나 똥, 오줌을 누는 등 달갑지 않은 존재다. 발정기나 새끼를 달고 다닐 때는 더 사나워져 골퍼가 옆으로 다가가기만 해도 덤벼들어 일단 원숭이가 접근하면 경계해야 한다.


원숭이가 벙커에 들어가 '볼 일'을 본 뒤 모래로 덮어버려 벙커 샷을 하기 전에는 고무래로 모래를 한번 쓸고 들어가야 할 정도다. 여성골퍼들이 스커트를 입고 어드레스를 하면 뒤에 살그머니 다가가서 치마를 들추거나 손을 넣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원숭이도 여성을 알아보고 치근덕거리며 장난을 일삼는다는 것이다.


네팔은 불교국가라 살생을 금하고 있어 골프장도 야생원숭이를 모두 사살할 수, 내쫓을 수도 없어 방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골프장에 이처럼 원숭이가 수백마리씩 떼지어 다니는 곳은 처음이었다. 세상에는 지역과 자연 환경에 따라 별의별 골프장이 다있어 세계를 돌아다니며 즐기는 골프투어는 언제나 기대가 된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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