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칭기즈칸골프장은 한마디로 '천국의 놀이터'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1시간쯤 차를 타고 달리면 텔레지국립공원에 있는 골프장에 도착한다. 클럽하우스 입구에는 미스코리아처럼 키가 크고 늘씬한 미인 캐디들이 일렬로 서서 마치 항공기 승무원들이 승객을 맞이하듯 90도로 절을 하면서 반갑게 맞이한다. 하늘은 푸르고, 초원의 공기는 신선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이런 때 묻지 않은 싱그러운 초원에서 골프를 한다는 것은 축복이다.
골프의 가장 큰 매력은 대자연에 도취해 플레이하는 즐거움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골프장은 더욱 매력적이다. 텔레지국립공원은 광활한 평원이 끝없이 펼쳐진다. 시원하게 탁 트인 대초원의 골프장, 주변의 바위산과 한적한 마을풍경, 소와 말,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목장 풍광 속에서 백구를 날리다보면 마음의 평화와 삶의 여유가 생길 수밖에 없다.
몽골 전체를 통틀어 18홀 규모 골프장은 이곳이 유일하다. 골프장 주인이 바로 한국인 이명학씨다. 2005년 개장한, 전장 5946m로 그다지 길지 않은 코스지만, 주변의 아름다운 산세와 수려한 경관에 매료돼 처음에는 텔레지국립공원에 관광왔다가 들렀다가도 나중에는 골프장만 다시 찾아올 정도다.
해발 1800m의 고지대인데다 연중 강우량이 200mm밖에 안 된다. 게다가 여름철엔 비가 내리지 않는다. 페어웨이가 딱딱하고, 인조그린이라 어프로치 샷도 그린 앞에 공을 떨어뜨려야 한다. 당연히 러닝 어프로치가 유리하다. 고원지대의 골프 코스에서는 공기 밀도가 낮아 평균 비거리도 20∼ 30야드 더 나간다. 내리막 홀에서는 특히 바람까지 가세해 40야드나 더 나갈 때도 있다.
8번홀로 들어서니 노란 유채꽃과 야생화가 홀을 따라 이어져 '꽃밭의 라운드'다. 하지만 이런 낭만도 잠시 드라이브 샷이 오른쪽으로 휘면서 볼이 꽃밭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4번 아이언 샷은 10m도 날아가지 않고 다시 러프 속에 처박힌다. 겨우내 영하의 땅속에 있었던 풀이라 그런지 억세고 질겨 아이언으로 쳐도 끊어지지 않는다. 11번홀 뒤에는 괴암과 몽골의 전통가옥인 게르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늘집에서는 설렁탕과 김밥, 라면, 육개장 등이 차려져 있다. 일행 중 한 골퍼가 식탁 위에 모자를 뒤집어 올려놓자 함께 라운드한 몽골인이 기겁하며 모자를 바로 세운 다음 선반 위에 갖다 놓는다. 몽골에서는 모자를 대단히 중히 여겨 이를 뒤집어놓는 것은 큰 실례라고 한다.
라운드 후에 몽골의 전통 음식인 양고기로 만든 허르헉 요리와 보쯔(몽골식 고기만두)에 말젖으로 만든 아이락을 즐기면서 몽골의 역사와 최근 동향, 한국과의 관계 등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클럽하우스를 나와 하늘을 보니 마치 검은 천위에 은가루를 뿌려놓은 듯 별들로 꽉 차 있다. 갑자기 별똥별 하나가 긴 꽁지를 그리며 머리 위를 지나간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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