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경기 침체 우려 '차익실현'..기관, 시장경쟁력 강화와 가격 메리트 '저가매수'
[아시아경제 박형수 기자]코스피 지수가 1770선 안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이 전기전자 업종에서 진검 승부를 펼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까지 외국인은 전기전자 업종에서만 946억원 규모의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기관은 1021억원 순매수 중이다.
기관 내에서 전기전자 업종을 가장 많이 사들이고 있는 곳은 투신권으로 325억원 순매수 중이다.
같은 시각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7억원 순매수 중이며 기관은 966억원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매수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외국인은 전기전자 업종에서 확보한 현금을 화학업종에 투자하면서 전체적으로 매수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전기전자 업종에서 극단적으로 엇갈린 매매 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전망과 가격 메리트 사이에서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반기들어 PC와 TV 판매가 부진한 상황에 대한 인식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반기 LCD 패널 가격 강세가 PC와 TV 원가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가격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체적인 소비자 가격 부담과 경기 회복세 둔화 우려 등이 맞물리면서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수요 부진은 재고 급증으로 이어지면서 이번에는 다시 LCD 가격 하락으로 나타났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수요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한번 닫힌 소비자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본 외국인 투자자들은 국내 전기전자 업종에서 본격적인 차익 실현에 나섰다.
지난달 2일부터 지난 1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삼성전기와 하이닉스,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삼성SDI 등 5개나 되는 것만 보더라도 외국인의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판단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기관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하락으로 업황 부진을 어느 정도 반영했다고 보는 견해다.
아울러 전기전자 업황 부진 속에서 국내 업체들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인 요소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한국 LCD업체들은 대만업체와 달리 6세대와 7세대 감가상각 종료 및 소재에서 세트까지 수직계열화를 통한 강력한 가격 및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어려운 경쟁환경 속에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