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保수)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이젠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7.28 재보선에서 그야말로 손톱만한 승리를 거뒀다고 거들먹거리며 친위세력 자리 챙겨주기 식으로 감행한 이명박 정권의 8.8개각, 그후 21일간 나라를 온통 휘감은 썩은 냄새 또는 구린내와 국정공백 또는 국력낭비…. 그 역겨움 속에 탄생한 게 '죄송 공화국'이라는 신조어였던가.
까도 까도 더 이상 나올 게 없다고….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조금만 벗겨도 그 옛날 난지도쓰레기매립장이 무색할 정도로 악취가 진동하는 '썩은 양파 보수'에게 국민의 분노는 당연히 배가 될 수밖에 없다. 뭐 빼앗아 먹을 게 없어 쪽방촌까지 찾아가 투기를 한 '혹부리영감 보수', 남이 하면 불륜 자기가 하면 로맨스 식으로 위장전입을 서슴지 않고 "내 눈의 들보는 보지 못했다"며 어영부영 넘어가려는 '놀부 심보 보수', 정권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이말 저말 해놓고 뒷감당을 못해 쩔쩔 매는 '내시(內侍) 보수'…. 이 정부의 한심한 인력풀 한계에 기가 막힐 지경이다.
앞서 진보라는 이름하의 노무현 정권 부패상을 보며 '보수=부패'라는 오랜 굴레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보수 세력은 문자 그대로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집권 후반기 구상으로 입만 열면 '친(親)서민' '소통' '통합'을 부르짖으면서 이번 인사만 봐도 하는 꼴은 '반(反)서민' '불통' '분열'이었으니 보수 아니라 그 할아비라고 한들 눈 질끈 감고 넘어갈 수 있을까.
백성을 최고로 여겼던 제(齊)나라 명재상 관중의 저서 '관자(管子)'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일년의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 십년의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 평생의 계획은 사람을 심는 것만 같은 것이 없다." 이는 곧 사람을 잘못 쓰면 평생의 업적을 망치고 더나아가 국가의 토대 자체를 뒤흔들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정권이 저지른 이번 인사파동을 보면서 주변의 보수 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큰일났다"라고 걱정을 한다. 이 정부 인력풀에 대해 애시당초 일급수처럼 깨끗하리라거나 또는 능력이 출중하리라고 기대를 한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나 수준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낮아서 이 정부에 대해 더 이상 기대를 할 게 없다고 자조하는 분위기다. 잔뜩 기대를 하며 이 정부에 표를 던졌던 바로 그 사람들이….
집권 초반 촛불시위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며 방황했던 이 정부가 집권 후반부엔 인사파동으로 인해 국정주도권을 잃고 갈팡질팡할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 현재의 인력풀로는 낙마 총리를 대체할 인물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아 국정공백은 예상외로 길어질 것으로 보여 근심의 강도는 더 커진다. 그렇게 되면 총선이고 대선이고 모든게 어려워져 또 다시 정권을 '종북(從北)세력'에 내줘야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그 근저에 깔려 있다. 북한의 김정일은 깜짝 중국 방문을 통해 후계구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제 더이상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국정의 전면에 나서야 할 때다. 현 보수 정권의 또 다른 한축인 박 전대표가 오랜 침묵을 털고 도덕성과 능력의 시험대에 스스로 나서 자충수에 빠진 보수세력의 탈출을 도와야 한다. 낙마 총리와 똑같이 검증 절차를 거쳐 '보수=부패'라는 등식을 깨트려야 하며, 이 정부와 국정의 동반자로서 통합과 소통의 능력을 보여줘야 함은 물론이다.
박 전대표 마저 그럴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대권주자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국가 정체성 확립을 위한 선택은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 이를위해 이명박 정부는 친위세력을 거둬는 대결단을 단행해야 한다. 박 전대표가 나와야 될 이유가 단 한가지라하더라도 그를 끄집어 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시간은 점점 보수편이 아닌쪽으로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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