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165cm의 평범한 키, 그러나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270야드의 파워 드라이브 샷."
샷을 할 때는 매와 같은 예리한 눈매를, 평소에는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표정을 가진 10대 프로골퍼 양수진(19ㆍ넵스). 올해 한국여자오픈 우승으로 '메이저퀸'이라는 애칭까지 얻은 양수진은 크지 않은 덩치에서도 장거리포를 쏘아대며 일찌감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양수진을 지난 12일 하이원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 골프 입문 석달 만에 '첫 시합에'= 초등학교 5학년 때 부모님을 졸라 골프를 시작했다. 미술 공부를 6년간 해왔던 딸에게 부모님은 스포츠를 시키고 싶지 않았지만 끝내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타고난 재능이 있어서였을까. 양수진은 "골프채를 잡은 지 한달 만에 200야드를 날렸다"면서 "골프 시작과 동시에 전지훈련에 돌입하는 등 집중교육을 받았고 3개월 만에 첫 대회를 치렀다"고 했다.
바로 제주도지사배 주니어골프선수권이었다. 결과는 물론 예선탈락이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대회였던 경기도지사배 주니어골프선수권에서 79타를 쳐 예선 1위로 통과하면서 가능성을 보였고, 포곡중학교 2학년(2005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되면서 드디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보영여고 1, 2학년 동안에는 국가대표를 지냈다.
▲ '메이저퀸'의 동력은 역시 '연습'= 2008년 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회원 선발전 2위, 시드전을 1위로 통과해 지난해부터 정규투어에 합류했다. 안신애(20ㆍ비씨카드)와의 신인왕 경쟁에서 비록 2위로 밀렸지만 상금랭킹 16위로 루키로서는 사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하이라이트는 지난 5월 열린 한국여자오픈에서 연장접전 끝에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쥔 순간이었다.
양수진은 '메이저퀸'의 동력에 대해 "연습의 결과"라고 간단하게 대답했다. 하루 연습량 9시간. 특히 퍼팅연습에는 4~ 5시간을 할 만큼 공을 들인다. "기차레일처럼 클럽 2개를 나란히 놓고 직선 스트로크하는 연습을 1시간 정도 한다"는 양수진은 "1~ 3m의 짧은 퍼팅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우승으로 직결되는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 "스타일리시한 골퍼가 되고 싶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는 양수진. 어려서부터 미술 공부를 해서인지 미적 감각이 남다르다. "매니큐어도 직접했다"며 손을 내밀어 보인다. 양수진의 손톱에 한여름의 하늘같은 스카이블루 컬러 바탕에 손가락마다 다른 패턴의 그림을 그려 넣은 수준급 네일아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볼을 잘 쳐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패션 감각 등 스타일도 뒤지지 않는 완벽한 골퍼가 되고 싶다"는 양수진이 '스타 기질'을 내비쳤다. 우승 이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양수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음식을 공짜로 주는 식당도 있고 못 치는 날엔 격려해주는 분들도 많아졌다"는 양수진이 "팬들에게는 모든 면에서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는 10대의 천진난만함을 드러냈다.
▲ 비장의 무기는= 양수진의 KLPGA투어 드라이브 샷 비거리 2위(260.92야드)를 지켜주는 비장의 무기는 포틴 JC 909다. 로프트 9도에 샤프트 강도는 S. 우드 역시 포틴 브랜드로 SF308 3번과 5번을, 유틸리티는 HI-550 3번과 4번이다. 숏게임은 포틴 웨지 MT 28 V5가 맡는다. 퍼터가 유일하게 타이틀리스트 스카티 카메론, 볼은 타이틀리스트 프로v1을 사용한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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