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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임페리얼 크루즈'


[아시아경제 강승훈 기자]


'임페리얼 크루즈'
제임스 브래들리 지음/ 송정애 옮김/ 프리뷰 펴냄/ 1만6800원

'대한제국 침탈 비밀외교 100일의 기록―임페리얼 크루즈'는 대한제국의 운명에 관련된 부분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일본군의 진주만 침공으로 시작된 끔찍한 태평양전쟁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그 기원을 찾는 작업이 책을 쓴 직접적인 동기였다.

결론적으로 미국이 태평양을 무대로 펼친 외교정책에서 신흥 제국 일본에게 한국을 식민지화할 수 있는 길을 터 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역사 전개 논리다. 책의 중요한 핵심 내용이 100년 전 한국의 운명에 관한 부분이라고 보는 이유다.


도서출판 ‘프리뷰’사가 미국에서 2009년 11월에 나온 책의 한국어판 출간을 기획한 것은 이 책이 한 세기 전 미국 외교정책의 이면을 파헤친 문제작이라는 사실에도 주목했겠지만, 금년이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이란 시점에 부합된다는 판단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현대사에 커다란 의미를 내포하는 1세기 전의 역사를 오늘의 관점에서 되새겨보고 교훈으로 삼을 수 있는 시점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원서 출간 1년이 지나지 않은 때에 한국의 독자들이 번역판을 접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자 제임스 브래들리는 루스벨트가 한 세기 전의 역사에 어떤 비극의 씨앗을 심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파헤치면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적절히 배합하는 서술방식으로 이야기를 엮어 나갔다.


루스벨트의 백인 우월주의 세계관과 포츠머스조약이 상징하는 잘못된 외교 정책이 100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후대에 큰 재앙을 몰고 왔다는 사실도 가차 없이 드러내보였다.


제임스 브래들리는 한 세기 전에 미국 사절단이 동양을 향해 떠났던 여정을 따라오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대통령 루스벨트, 딸 앨리스와 여러 등장인물의 경력과 그들의 이념을 서술하는 이야기 전개는 역사를 소설처럼 흥미 있게 쫓아가도록 만들었다. 복잡하고도 무거운 주제에 작은 에피소드들을 삽입하여 자신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수법도 읽는 재미를 더해 주고 있다. 하와이, 일본, 필리핀, 홍콩, 상하이를 거쳐 서울에 오는 여정의 역사에 담겨 있는 미국의 만행을 들춰냈다.


이 책에 상세히 기술되지 않은 사실도 있다. 사절단 일행이 첫 기착지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했던 7월 14일, 현지 거주 한인들은 일행을 뜨겁게 환영했다. 사절단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던 교민들은 미국이 한국의 독립을 지원할 것으로 믿었다. 8000명의 하와이 거주 한국인은 루스벨트에게 한국의 독립유지를 도와 달라는 청원서를 보내기로 하고 후에 초대 대통령이 되는 이승만과 윤병구 목사를 대표로 선출했다.


태프트는 7월 15일 호놀룰루를 떠나 25일에 요코하마에 도착하여 이틀 뒤에 태프트-가쓰라 비밀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필리핀 문제, 극동의 평화유지, 한국 문제를 포함했는데 일본이 한국을 보호국으로 삼도록 허용한 내용이 들어 있었다. 태프트-가쓰라의 이 비밀협약은 19년 뒤인 1924년에야 내용이 알려졌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 이승만과 윤병구는 8월 4일 루스벨트의 사가모어 힐 별장을 찾아가서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구해 달라고 청원했다는 내용이다.


1882년에 맺은 한미수호통상조약에 따라 미국이 한국을 구해 줄 것으로 믿었지만 루스벨트는 한국의 믿음을 배신했다. 루스벨트는 ‘무력한’ 나라들은 문명국의 합법적인 먹잇감이라고 쓴 적이 있다. 그런 생각을 지닌 루스벨트와 태프트는 2인 1조로 한 팀이 되어서 후대에 제2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게 될 전쟁이 태평양에서 일어나도록 파란불을 켜준 것이다.


고종은 순진하게도 루스벨트를 한국을 구원할 구세주로 착각하였으나 루스벨트는 철저하게 일본 편을 들었다. 일본이 한국을 차지하는 걸 보고 싶다는 것이 루스벨트의 진심이었다. 국제정세에 무지했으며 강력한 군대와 유능한 외교관을 양성하지 못했던 대한제국은 결국 멸망의 길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열강 세력의 농단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채 고종은 미국을 비롯한 열강 여러 나라를 향해 구원을 호소하는 밀서를 보내거나 밀사를 파견해 보았으나 냉엄한 국제무대에서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외교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다는 교훈을 남긴 채 강제 합병에 이르게 되고 말았다. 대한제국은 침략에 맞서 싸우다가 장엄한 최후를 맞은 것도 아니고, 처절한 '비장미'를 보여주지도 못한 채 사라지고 말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얻는 뼈아픈 교훈이다.




강승훈 기자 tarophine@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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