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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북한의 협상카드와 한상렬 목사의 영웅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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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북한의 협상카드와 한상렬 목사의 영웅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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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손발이 잘맞아 이제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북한과 한상렬목사를 최근 행보를 보면 이들의 마음은 이럴듯하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11일 오전 나포된 대승호 선원들의 조기송환을 위한 전통문을 보내자 한상렬목사의 무사귀환을 바란다는 통신문을 보내왔다. 북한은 '남측의 한상렬목사 처리방식을 보고 대승호선원의 송환을 결정하겠다'는 빅딜을 제안한듯하다.

북한은 왜 한상렬 목사를 지키려는 것일까? 한상렬목사는 그동안 광우병사태, 맥아더 동상 철거,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시위와 효순.미순 사건 당시 진보 시민단체들과 함께 반미시위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북한의 입맛에 딱 맞는 인물인 셈이다. 이런 인물이 북한을 방문해 남한을 비판해주니 고맙기 그지없다. 내부결속 위한 홍보효과도 만점이다. 북한도 이 기회를 놓칠까 그의 발언과 행보를 연이어 보도했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지난 6월 16일 "북측을 방문하고 있는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인 한상렬 목사가 13일부터 사흘동안 군사분계선 일대와 개성시를 방문해 민족분단의 가슴 아픈 현실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다. 6월 13일 조선중앙통신은 한 목사가 평양 모란봉제1중학교를 방문해 8년 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효순·미선양의 사진을 보고 울고 있는 사진도 공개되기도 했다.

북한방송은 일방적 보도에서 한 목사의 목소리를 직접 내보내기 시작했다. 한 목사는 방북 열흘만에 기자회견을 갖고 "이명박 정부가 6·15 공동선언을 파탄내고 한미군사훈련 등으로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천안함 승조원들의 귀한 목숨을 희생시켰다"고 주장한 내용을 여과없이 방송했다.


북한이 한 목사를 이용했다면 한 목사도 이번 기회를 영웅놀이로 잘 활용했다.


정부의 사전승인 없이 방북(訪北)해 무단 체류한 그가 오는 15일 판문점을 통해 넘어오겠다고 한다. 판문점을 통해 남측으로 인도될 경우 더없는 이벤트가 될 것이고 '그들만의 영웅'도 될 수 있다.


유엔사의 합의없이 판문점을 넘는 것은 정전협정 위반이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남한정부에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에서도 동승호 선원을 잡고 있으니 막을 길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에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무섭지 않다. 한 목사를 영웅 취급하는 사람들은 아직 많기 때문이다.


우리 해상에 해안포를 쏘고 남한을 조롱하듯 무단 방북한 이들을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6.25전쟁이 종전된지 60년이 지나도록 가족의 품을 찾지 못하고 땅속에 묻어있는 전사자들과 찬물에서 숨을 멈춰야했던 천안함 46인들의 죽음은 과연 헛된 것인가?


답답하기만 하다. 이제 우리도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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