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 초등학생이 있다. 이 친구는 수시로 필통에서 칼날을 꺼내보이며 돈과 밥을 요구한다. 주변친구들이 달래보지만 더 괴팍해질뿐 성격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우리에게도 이런 짝궁이 있다. 북한이다. 1년전 이 난폭한 친구는 기어이 사고를 쳤다. 손에 쥐고 있던 칼로 밥과 돈을 주던 친구를 찌르고 만 것이다. 칼에 찔린 친구는 1년이 지났지만 상처는 지워지지 않고 마음의 상처만 더 깊어졌다.
최근에는 난폭한 친구를 옹호해주는 친구도 생겼다. 새 친구는 난폭한 친구가 찌른 칼날로는 진짜 찔렀는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난폭한 짝궁을 옹호해준 친구는 전(前)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신상철씨다. 하지만 신상철씨는 더 이상 할말이 없게됐다.
신상철씨는 천안함피격사건 1주기를 이틀 앞둔 지난 3월 24일 어뢰 추진체에 붙은 불은 물체의 사진을 공개한뒤 "동해에서만 사는 붉은 멍게가 발견됐다. 어뢰 추진체가 서해에서 침몰한 천안함과 무관하다는 것을 말해주는 증거"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양식업자 A씨'의 말을 빌려 "(붉은 멍게가)유생상태로 헤엄쳐 다니다 갓 고착된 상태로 11월경에나 볼 수 있는 모습"이라며 의문을 키워갔다. 이를 한 인터넷언론은 기사화하는데 열을 올렸다.
일주일후 국방부가 나서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의뢰분석에 들어가자 양식업자 A씨는 사과의 글을 올렸다. "생각없는 누리꾼의 글이 문제될 줄 몰랐으며 기사화한 기자와 정부 관계자분께도 사과를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일주일후 한 어뢰추진체 부착물은 붉은 멍게가 아니라는 국방부의 분석결과가 나왔다.
기사를 게재한 온라인매체도 이날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보도로 인해 독자 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린 점 정중하게 사과드린다. 철저하게 사실을 검증하지 못한 점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다"라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모두 애도물결로 가득찬 천안함 1주기를 전후해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아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지 못한채 고통속에서 살아야했던 한 맺힌 어머니에게 사과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머니의 가슴속을 두 번 찢어놓고도 말이다. 이날 기자가 위로전화를 드린 천안함 유가족의 한 어머니는 울음으로 시작해 울음으로 전화를 끊었다. 도대체 누가 이 눈물을 닦아줄 것인가.
반박을 해 조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국방부도 이제는 대응방식을 바꿔야 할때다. 언제까지 허무한 싸움을 계속할 것인가. 국방부가 싸움을 해야할 사람은 칼을 쥐고 있는 친구다. 다시는 위협하지 못하도록 대응하는 일에만 전념해야한다. 주변친구들까지 하나하나 신경쓰며 전력을 낭비할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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