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최종일 8오버파 난조, 공동 46위 추락...우즈, 꼴찌에서 두번째 '사상 최악'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넘버 2' 필 미켈슨(미국)이 속절없이 무너졌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몰락과 함께 미켈슨의 '세계랭킹 1위' 등극에 초점이 맞춰진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총상금 8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 미켈슨은 그러나 8오버파를 치는 갑작스런 난조로 이번에도 '차려놓은 밥상'을 걷어 차 버린 꼴이 됐다. 헌터 메이헌(미국)이 6언더파를 몰아치는 뒷심을 앞세워 역전우승에 성공했다.
미켈슨은 9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골프장 남코스(파70ㆍ7400야드)에서 끝난 마지막날 경기에서 버디는 단 1개에 그치고 보기 7개와 9번홀(파4)에서는 더블보기라는 '치명타'까지 얻어맞았다. 2개의 드라이버를 들고 나와 초반 이틀간은 치열한 우승경쟁까지 펼쳤던 미켈슨으로서는 최악의 결과였다.
미켈슨은 4위만 해도 우즈가 270주나 독점해온 '넘버 1'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는 호기였다. 하지만 미켈슨은 이날 드라이브 샷의 페어웨이안착률이 43%, 아이언 샷의 그린적중률이 33%로 뚝 떨어졌고, 여기에 32개의 퍼팅을 더해 마치 무엇엔가 홀린 듯 경기를 망치며 공동 46위(3오버파 283타)로 추락했다. 미켈슨 역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우즈로서는 반면 천만다행이었다. 이 대회에서 통산 7승이나 올렸던 '텃밭'에서 4일 내내 오버파를 치면서, 그것도 이날은 7오버파를 치면서 80명 가운데 공동 78위(18오버파 298타)에서 체면을 구겼다. 요약하면 출전선수 중 꼴찌에서 두번째였다. 우즈의 이번 대회 성적표는 아마추어시절에도 기록하지 않았던 최악의 스코어였다.
'특급매치'의 승자가 메이헌이라는 것도 이채다. 메이헌은 전반에만 5개의 버디를 솎아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후반에 1타를 더 줄였다. 메이헌은 15번홀(파3)과 17번홀(파4)에서는 장거리 파 퍼트를 성공시키는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고, 16번홀(파5)에서는 두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화단에 떨어졌지만 '무벌타'로 구제받는 행운도 뒤따랐다.
2위 라이언 파머(미국)를 2타 차로 제압한 메이헌은 "많이 긴장했지만 보기 없이 우승까지 일궈내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지난 2월 피닉스오픈에 이어 시즌 2승째이자 통산 3승째. 우승상금이 140만 달러다. 메이헌은 이번 우승으로 오는 10월 라이더컵의 미국 대표팀에 선발되는 겹경사까지 누렸다.
'한국군단'은 최경주(40)가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언더파를 치며 가까스로 미켈슨의 공동 46위 그룹에 진입했고, 양용은(38)도 이븐파로 이 그룹에 합류했다. 3개월 만에 코스에 복귀한 재미교포 앤서니 김(25ㆍ한국명 김하진)은 예상대로 이렇다할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공동 76위(16오버파 296타)에 그쳤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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