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달러화 약세와 엔화 및 유로화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중국이 배후에 자리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달러화 가치 하락을 우려한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 다변화뿐 아니라 엔화와 유로화 강세를 유도해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여기에 위안화 페그제를 종료한 중국이 통화바스켓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약 2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을 가진 중국이 달러화 가치 하락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자산 다변화 움직임을 보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최근 들어 미국 경기 지표가 적신호를 나타내자 달러화가 뚜렷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 전문가는 거시경제와 외환시장 움직임 외에도 중국이 엔화와 유로화 자산을 확대해야 할 요인이 추가로 발생했다고 입을 모았다.
달러·엔은 지난 6일 달러당 85.03엔을 기록, 달러대비 엔화 가치는 연내 최고치를 경신했다. 유로·달러 역시 이날 유로당 1.3333달러에 거래돼 지난 4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국의 중앙은행과 달리 중국 인민은행은 외환보유고 운용 현황을 공개하지 않지만 시장 전문가는 60~70%를 미국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인 중국은 올들어 4월까지 일본 국채 보유량을 62억엔 늘렸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2005년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시장 전문가는 유로화가 4년래 최저치로 하락한 만큼 '큰손' 중국이 유로화 표시 자산도 적극 매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이 엔화와 유로화 자산 매입에 적극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엔화와 유로화 상승을 유도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에 힘을 실어주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의 대(對) 미국 수출 비중은 20%대에 머물고 있는 반면 일본 및 유럽 무역은 미국을 앞지를 만큼 급증했다. 이에 따라 중국 수출기업들은 미국 및 유럽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극심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나티시은행의 루카 시리포 아태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엔화 매입은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국의 장기적인 투자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지금이 외환보유고 다각화의 최적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패로스트레이딩의 더글라스 보스윅 투자부문 대표는 “미국의 초저금리로 인해 미국 국채를 팔고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일본 및 유럽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2년물 미국 국채 스왑 스프레드(국채 수익율에 부가되는 신용 리스크 프리미엄)와 같은 조건의 일본 국채 스왑 스프레드와의 차이는 역대 최소폭까지 좁혀졌다”고 지적했다. 유로화 국채 스왑 수익률 역시 지난주 1.4%를 기록, 0.7%를 기록한 2년물 미국 국채 스왑 수익률과의 차이를 좁혔다.
이밖에 중국이 달러뿐 아니라 엔화와 유로화가 포함된 통화바스켓 환율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외환보유고 다각화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의 스페인 및 그리스 국채 투자는 이와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반면 중국과 엔화 및 유로 랠리는 무관하다는 지적도 있다. JP모건체이스의 가브리엘 디 콕 스트래티지스트는 “지난 6월 초 유로화가 달러대비 4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을 때 중국은 포트폴리오에 따라 유로화 매입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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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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