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미국의 요청대로 이란금융제재에 동참할 경우, 이란과의 교역과 투자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찾아야 합니다. 우선 10월 미국의 이란 제재법안에 대한 시행시칙이 나올 때까지 대응책을 마련을 위해 관계부처와 논의할 예정입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5일 “우방인 미국의 요청에 성의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럴 경우 우리기업의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적절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재정부는 이와 관련해 임종률 재정부 1차관을 단장으로 한 ‘대이란제재에 대한 대책반’을 꾸린 상태다. 이곳엔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이 대거 포함돼 있다.
미국대표단이 최근 재정부를 직접 방문해 이란에 대한 포괄적인 금융제재에 동참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함에 따라 정부가 향후대응 수위를 놓고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그동안 우리정부는 미국과 이란간의 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악화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애써 외면하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대이란제재에 동참해 이란과의 교역을 줄이는 사이 우리 기업들은 재빠르게 무주공산(無主空山)격인 이란시장을 잠식해 지난해 한국·이란 교역이 97억달러에 이를 만큼 커졌다. 실제 현대건설,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등 건설사들은 수십억 달러의 정유시설 건설 계약을 체결해 진행 중이다.
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는 이란핵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의결된 강제적인 제재만 따르고, 일본을 포함한 미국의 다른 동맹국이 취했던 것과 같은 자발적인 강한 조치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칫 이란에 대한 자발적인 제재로 교역중단과 같은 경제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이후 상황은 확 바뀌었다.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내세우며 대북한제재 수위를 강도 높게 유지하려면 미국 측의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만큼 미국 측의 요구를 더 이상 한귀로만 흘릴 수 없다. 미국도 이런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간파하고 대북제재와 우리정부의 이란제재를 함께 묶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북한이란 제재 조정관 일행이 기획재정부를 방문해 1시간에 걸쳐 북한제재 방안과 함께 이란 제재에 우리나라가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정부내부에선 미국의 이란제재법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입장이다. 일단 정부도 미국측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우리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현재 이란에서 수출 계약을 맺거나 이란에서 투자·건설사업을 진행 중인 우리나라 기업은 현대, 대우인터내셔널 등 20여곳이 넘는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독자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따를 지에 대해 아직 결정난 것은 없다”고 전제하면서 “이란에서 원유도 들여오고 플랜트공사도 많이 하는 등 외교적, 경제적 측면을 모두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뜨는 뉴스
특히 최근 리비아사태가 채 마무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란제제 동참은 중동 전 지역에 반(反)한국 정서가 부상될 수 있다는 점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include $docRoot.'/uhtml/article_relate.php';?>
이규성 기자 bobos@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