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상욱 기자] 숨기기에 급급했던 국내 건설업종 하도급 관행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20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하도급 현장조사 결과 조사대상업체 모두가 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29일부터 11월20일까지 20개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하도급 현장조사를 실시, 조사대상업체 모두 법위반 행위를 적발해 약 4억원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총 51억원 상당의 위반금액을 936개 관련 하도급 업체들에게 지급하도록 조치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확인된 법위반 유형으로는 ▲부당하게 하도급 대금 결정(6개 업체) ▲하도급 대금·지연이자 미지급(12개 업체) ▲어음할인료·수수료 미지급(9개 업체) ▲선급금 지급 위반(4개 업체) ▲지급보증 불이행(8개 업체) 등이다.
특히 하도급 공사 입찰 시 입찰최저가가 이미 자기 실행예산보다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더 낮추기 위해 금지돼 있는 재입찰 방식이나 추가 협상(Nego) 수단을 동원한 바 있고, 자기 회사는 공공기관 등 발주자로부터 공사대금을 현금으로 받고도 하도급업체들에게는 현금이 아닌 장기어음 등으로 지급하는 등의 나쁜 관행적 사례도 적발됐다.
건설공사를 위탁할 경우 하도급 업체에게 공사대금을 담보할 수 있도록 대금지급보증을 해 주어야 하나 이를 어겼고, 설계변경이나 물가연동을 제때 반영해 주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하도급 대금 지급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지난 2008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경기의 침체, 특히 아파트 미분양 적체 지속 등으로 인한 자금난과 맞물려 하도급 대금·지연이자, 어음할인료, 어음대체수수료 등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최근 침체된 건설경기 때문에 수주와 분양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건설업체의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이들의 불공정거래는 결국 하도급 업체에 더 큰 피해로 직결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절과 하도급 업체 보호를 위해 정부의 확고한 법집행 의지차원에서도 절대 용납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건설업계가 어려운 건설경기를 이유로 주기적으로 지급하던 공사대금을 늦게 주기 위해 기성고 검사를 지연시키고 공사대금을 미분양아파트로 대물변제 또는 강매하거나, 철강재 등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하도급 업체의 가격협상 요구에도 소극적으로 응한다는 불만들이 감지되고 있어 이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특히 공정위는 최근 전 사업에서 대·중소기업간 양극화 심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가격 후려치기, 즉 반복적인 재입찰을 통한 저가하도급 결정과 특허 등 핵심기술자료는 물론 원가계산서까지 요구하는 행위 등은 거래 상도의를 넘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풀이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러한 구태는 올바른 거래문화 정착 차원에서 속히 시정돼야 할 문제로 정부개입에 따른 수동적 시정에서 탈피해 보다 능동적인 개선의 자세를 갖도록 함이 필요하고 나아가 원·하도급간에 '윈-윈(Win-Win)' 기반 마련을 위한 상생협력관계 모색에 치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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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욱 기자 o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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