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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여전히 남은 창업주 정신…'존경받는 기업' 만들었다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교보의 북극성은 돈(이윤)이 아닙니다. 고객을 만족시키면 이익은 저절로 따라옵니다."


대산(大山)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는 지난 2003년 영면했지만, 그가 남긴 '철학'과 '원칙'만은 여전히 살아있다. 언제나 민족의 발전과 회사의 번창, 사원들의 미래를 생각했던 그의 마음은 교보생명에 '윤리경영'과 '공감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다.

철저한 장사꾼이었지만 동시에 인격자였던 대산은 주위 사람들의 반대를 신경쓰지 않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종로 1가 금싸라기 땅에 교보문고를 짓고 민족의 정신문화에 아낌없이 투자한 것은 바로 그런 그의 경영철학 때문이었다. 현재 대산의 장남인 신창재 회장이 이끌어 가는 교보생명 역시 이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지난해 창립 51주년을 맞아 신창재 회장이 역설한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는 목표가 이를 잘 드러내 준다. 단기적인 수익이나 시장 순위에 집착하기보다는 고객들에게 오래도록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한편, 마켓플레이어로서 원칙에 기반한 '공정경쟁'을 하고 있다.

지난 2007년 교보생명은 공정하게 시장에서 경쟁하고 회사 운영도 투명하게 하겠다는 내용의 '공정경쟁 자율실천'을 선언했다. 점차 경쟁이 격화되는 생명보험 시장에서 원칙을 가지고 공정하게 경쟁하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점차 '안전한 자산운용'이 강조되는 시기에 시장의 출혈경쟁 싸움에 말려들지 않고 철저하게 리스크관리를 하는 것은 금융기관의 의무이기도 하다.


또 공정경쟁은 교보생명이 생각하는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교보생명의 '성장'은 단순한 외형확대가 아닌 '좋은 성장'이다. 좋은 성장이란 고객, 임직원,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선순환을 이루는 성장으로, 교보생명이 추구하는 투명경영과도 맞닿아 있는 개념이다.


결국 무리하게 외형을 늘리고 경쟁에 나서 단기적으로 고객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기업보다는, 느리더라도 튼튼한 기업 체력을 만드는 데 힘써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선사하겠다는 것이 교보생명의 '이익'에 대한 생각이다. 이렇게 하면 결국 고객들은 '좋은 이익'을 선사하는 교보생명을 신뢰하고 존경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생전 유난히 사원 사이의 '정'을 강조하고 직원들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녔던 대산이었다. 그를 닮아 아들인 신창재 회장도 '공감 퍼포먼스'로 보험업계의 유명인물이 되었다.


근엄한 회장님이 연예인 가면을 쓰고 공식석상에 나타나 직원들에게 웃음을 주는가 하면, 막춤을 추고 유행가 가사를 열창하며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나서는 모습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단순히 화제를 일으키는 것만이 아니라 감동도 줬다. 재무설계사들을 앞에 두고 큰절을 하기도 했고, 일일 요리사가 되어 쿠키를 구워 직접 선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직접 난타 공연을 벌이며 조직에 신명을 불어넣었다.


현장에도 자주 나간다. 설계사들 뿐 아니라 고객들과도 깊이있는 대화를 나눈다. 지난 2006년에는 새해 첫날부터 전남 나주의 한 지점을 방문해 위로의 말을 전했고, 전국의 주요도시를 돌며 우수고객들과의 만남을 가지고 고객들의 니즈를 경청한다. 매달 전 지점에서 뽑힌 '칭찬대상자' 5명과 오찬을 진행해 벌써 103회째가 됐다. 지금까지 함께 오찬을 나눈 직원만도 590명에 이른다.


보험사 중 처음으로 가족친화기업 우수기업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것은 이런 신 회장의 공감경영이 직원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에서 금융회사의 수장으로 변신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신 회장은 학교 문턱도 밟지 않았던 아버지와 달리 남부럽지 않은 경기고-서울대 학력을 보유했다. 젊은 나이에 금융계에 뛰어든 부친과 달리 의학계에서 '경영'과는 동떨어진 삶을 보냈다.


그런 그가 교보생명 회장으로 부임했을 때 걱정어린 시선도 없지 않았다. 병원에만 있던 이가 경영을 알겠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는 IMF, 카드채 사태 등으로 위기에 빠진 교보생명을 훌륭히 이끌며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지금까지도 교보의 비전이 되어주고 있는 공정경쟁, 원칙에 입각한 경영이 교보를 살린 일등공신이었다. 다른 회사들이 고위험 상품에 뛰어들 때도 생명보험의 기본인 보장성 상품 판매에 집중했고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했다.


대형 보험사들의 주인이 바뀌고 사장들이 옷을 벗는 가운데서도 그는 국내 보험사 유일의 오너경영자로서 훌륭히 부친의 업적을 승계받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부임 직후 2000회계연도 당기순손실 2540억 원, 자기자본수익률 -53.72였던 교보생명은 2008회계연도 당기순이익 규모를 2916억 원으로, ROE는 11.85%로 끌어올렸다. 최근 2009회계연도 3분기에만 383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당시 27조원이었던 자산 규모는 최근 2배 늘어난 53조원에 달한다. 끊임없는 수익 개선에 힘입어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2008년 7월 교보생명에 A2 IFS 등급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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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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