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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DNA]"맨손으로 생나무 뚫다"…'보험의 대스승'된 무학(無學)의 소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이 세상에는 거저와 비밀이 없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대산(大山)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는 생전 제도권 교육 한 번을 받지 않고도 보험업계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보험의 스승'이다.

국내에 보험의 개념이 뿌리내리기도 전인 1950년대에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독창적인 상품인 '교육보험'을 개발해 보급했으며, 광화문 사거리의 금싸라기 땅에 국내 최대의 서점을 세우고 학생들의 배움의 터전으로 삼도록 했다.


학교 문턱을 단 한번도 밟지 않고도 그가 이같은 업적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은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불굴의 의지였다.

전남 영암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허약한 몸과 항일가족이라는 일제의 낙인 때문에 어린 시절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에게는 남들이 가지고 있는 학력 대신에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랫사람에게라도 묻는 겸손함과 번득이는 재치, 그리고 편견 없이 사물을 바라보는 창의적인 사고가 있었다.


교육보험을 창안할 때의 일화는 그의 독창적인 면모를 여지없이 드러내 준다.


청년 시절을 중국에서 보낸 그는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뜨거운 것을 간파해내고 교육보험을 창안해냈다. 생노병사 중 '생(生)'과 관련된 보험이 없다는 것도 그의 착안점 중 하나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50달러. 생명보험이 이 땅에 꽃피기 위해선 적어도 수십 년이 걸릴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 때였다. 먹고 살기도 힘든 판에 보험을 들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보험상품을 만들었지만 팔 곳이 없는 위기상황에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성인 중 80%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에서 힌트를 얻은 대산은 '한 달에 담배 한 갑 살 돈을 아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다'며 사람들을 설득했다.


또 요즘처럼 판매전략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1950년대에 학교에 교육보험을 팔기 위해 사원 1명당 1개의 학교를 공략하는 일인일교(一人一校) 전략으로 교보생명을 창립 9년 만에 업계 1위에 올려놓기에 이른다.


그는 자신의 삶을 '맨손으로 생나무를 뚫는'것에 비유하곤 했다. 맨손으로 생나무 뚫기는 일견 어려워 보이지만 사람이 하고자 할 의지가 있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못 할 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한 곳을 쉬지 않고 공략한다면 어느새 문제는 해결되고 만다는 것이었다.


대산은 언제나 열린 생각으로 좋은 것이 있으면 도입하고, 이미 도입했던 것이라도 나쁜 것이 있으면 곧바로 고쳤다.


교보생명을 업계 선두 생명보험사로 끌어올려 놓고 본인이 회장이 된 이후에도 그는 쉽사리 교만해지거나 태만해지지 않았다.


자재 구입을 위해 일본에 갔을 때의 일화가 그의 이같은 성격을 여실히 드러내 보여준다. 대산이 담당 실무자와 함께 직접 일본 회사에 발주를 하러 갔더니 해당 회사에서는 대리급 사원이 나온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푸대접에 노발대발 화를 냈겠지만 대산은 달랐다.


실무자가 화를 내는 동안 그는 오히려 일본인 대리가 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국내 기업이라면 여러 단계를 거쳐 결재를 마치는 사항을 대리 한 사람이 결정하고 담당 상무에게 즉시 승인을 받는 모습이 대산에게는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그는 귀국하자마자 실무자들을 시켜 상대 일본 업체의 빠른 의사결정 과정을 국내에 도입시킨다. 이렇게 기구조직을 개편한 결과 팀제·과장제·조직장제 등을 도입해 결재과정을 크게 단축시켰다. 교보생명 역시 외부 변화에 빨리 반응하고 임직원 상하간에 소통의 속도가 더욱 빠르게 되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노년임에도 '컴퓨터를 먹이고 먹을 줄 모르면 간부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 대산의 혁신 정신에 힘입어 교보생명은 국내 보험업계에서 가장 먼저 사무전산화를 도입한 생명보험사가 되기도 했다.


그의 경영적 진가는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 번 확인됐다. 대산은 쌍용그룹 김성곤 회장,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뒤를 이어 한국경영사학회 제 3회 창업대상을 수상했다.


'교육보험'을 창안한 공을 인정받아 보험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보험협회(IIS)의 '세계보험대상'을 수상했고, 미국 알라바마대에서 '보험의 대스승'으로 추대받았다.


무학(無學)의 시골 소년이 세계 보험사에 한 획을 그은 위대한 인물로 추앙받게 된 비결은 결국 그의 좌우명인 '성실'로 귀결된다.


그는 언제나 성실함을 강조하며 부단히 지식을 배우고 익히기를 중단하지 말라고 말했다. 학교 문턱에도 가 보지 못한 그가 말한 '지식'은 책 속의 죽은 지식이 아니라 거리에서, 장터에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얻을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이었다.


화려한 스펙과 경력으로 무장하고도 정작 실력이 없는 인재들이 넘쳐나는 요즘 그의 리더십은 진정한 비즈니스맨의 전범을 제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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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leez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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