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의 위치와 모래 성질 따라 공략 달라야, 최근에는 특이한 '모양 마케팅'도 가세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벙커를 알면 스코어가 줄어든다(?).
골프장의 벙커는 잘못된 샷에 대한 응징으로 샷을 어렵게 만드는 장해물이 되기도 하고 밋밋한 경관을 수려하게 가꾸는 등 다양한 기능으로 '감초' 역할을 한다. 또 별난 모양의 벙커는 '마케팅 첨병' 역할도 수행한다. 벙커는 스코틀랜드에서 야생동물이 파놓은 동굴이 원조라고 한다. 바로 이 벙커를 알아야 코스 공략이 쉬워진다.
▲ '코스난이도'를 조절한다= 벙커는 크기와 높이, 위치가 제각기 다르고, 모래의 종류와 생김새도 다르다. 그래서 쉽게 탈출하기가 어렵고, 골퍼들이 두려워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워터해저드 옆이나 포대 그린 뒤쪽의 벙커는 더 나쁜 상황을 막아주는, 일명 '세이빙벙커'의 역할을 한다. 더 나쁜 상황을 막아주는 '고마운 벙커'인 셈이다.
샷을 해야 할 방향을 알려줄 때도 있다. '디렉셔널' 또는 '타깃벙커'라고 하는데 코스가 길어 거리를 가늠하기 힘들거나 도그레그 홀처럼 그린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곳에 이 벙커를 배치한다. 일단 벙커 쪽으로 치면 다음 샷이 유리해진다. 볼이 떨어지는 지점보다 보통 멀리 위치해 빠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 모래에 따라 샷이 달라진다= 미국골프협회(USGA)의 벙커 규정에는 입자의 크기가 0.25~ 1.0mm인 모래로 벙커는 최소 65% 이상 채워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벙커만 봐도 골프장 수준을 가늠할 수도 있다. 벙커를 깔끔하게 관리하는데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백색이나 황갈색의 주문진 규사를 주로 사용하지만 요즘에는 골프장 차별화를 위해 검은색 모래까지 등장하고 있다.
물론 모래의 굵기나 관리 상태에 따라 벙커 샷도 달라진다. '고수'들은 벙커에 들어가면서 발로 비벼서 어떤 샷을 해야 할 지를 미리 결정한다. 모래가 굵고 딱딱하면 마치 맨 땅에 있는 볼을 때리듯이 '펀치 샷' 스타일로 볼을 정확하게 찍어 치면 된다. 모래가 아주 부드럽다면 볼 뒤쪽을 정확하게 떠내는, 그야말로 정통 벙커 샷이 필요하다.
▲ 아이디어 톡톡 '이색 벙커'= 스카이72 오션코스 17번홀(파3)은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이외에는 모두 모래다. 또 클래식코스의 웨이스트벙커(나대지가 코스 안으로 들어온 형태)는 국내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스타일이다. 이곳에서는 클럽을 지면에 대도 벌타가 없다. 국내 최초의 웨이스트벙커는 로드랜드 우드코스 8번홀에 있다.
'블랙홀'로 불리는 렉스필드의 레이크코스 7번홀은 검은 모래가 인상적이다. 경북 안동 사암에서 검은 알갱이만 추출해 이 모래를 만들었다. 솔모로 체리코스 3번홀의 그린 앞 포트 벙커는 깊이가 3m고, 마이다스밸리 8번홀은 더하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의 14번홀에 있는 '지옥 벙커'와 흡사한 깊이 5m에 폭이 8m다.
▲ 골프장의 '벙커 마케팅'= 골프장들은 벙커 모양으로 새로운 마케팅을 창출하기도 한다. 제일골프장 동코스 9번홀에는 손바닥 모양의 벙커가 있고, 동양그룹 파인밸리의 밸리코스 2번홀에는 '오리온CI'를 상징하는 별모양 벙커가 시선을 끈다. 신설골프장이라면 하트나 꽃 모양 등 독특한 형태의 벙커로 만든 '이색홀'을 꼭 만날 수 있다.
그린 안에도 벙커가 있다. 그린 한복판에 볼을 잘 떨어뜨렸지만 다시 벙커 샷을 해야 하는 형국이다. 비발디파크골프장은 아웃코스 3번홀 그린 중앙에 벙커를 조성해 난이도(?)를 높였다. 파인리즈의 리즈코스 2번홀도 일명 '도넛홀'이다. 제주도의 더클래식 18번홀과 해슬리나인브릿지 14번홀, 16번홀에도 도넛홀이 있다.
손은정 기자 ejs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