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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레터]김보민의 여보 파이팅!⑥ "후배들을 안아주세요"


[아시아경제 조범자 기자]6월의 '지구촌 축제' 2010 남아공월드컵이 뜨거운 열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꿈의 무대를 밟는 선수들 만큼이나 전세계 축구팬들의 가슴도 설렘과 흥분으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특히 선수들의 가족은 남편이, 아들이, 형과 동생이 후회없는 경기를 펼치고 돌아오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다치지 않기를 한마음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는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는 '허정무호'의 간판 미드필더 '진공청소기' 김남일(톰 톰스크)의 아내 김보민 KBS 아나운서가 남편과 선수들에게 보내는 파이팅 메시지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전화기가 꺼져 있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경기가 있는 날이건 없는 날이건, 매일 잠깐이라도 통화를 했던 남편이었는데. 아르헨티나와 경기 전에도 통화를 했다. 남편은 "서우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했다. 아들 서우의 목소리를 들으면 힘이 난다고 했다.


경기 후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는데, 꺼져 있었다. 남편에게 "잘 했다"고 말해주려고 했다. 모두들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싸운 경기였다. 내 마음이 이렇게 헛헛한데 선수들은 어떨까 싶다. 그 생각을 하니 또 가슴이 저릿하다.

하지만 다들 그야말로 '선수'들 아닌가. 많은 경기를 치러 봤으니 지난 경기의 아픈 기억과 상처를 어떻게 하면 빨리 털어버릴 수 있을 지 잘 알 것이다.


그날따라 방송 스케줄이 계속 이어져 후반전 시작하고도 한참 후에야 경기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남편이 그라운드에 들어가는 모습도 못봤다. 경기 결과가 그렇게 나오고 보니 내가 처음부터 집중해서 보지 않아 그런가 하는, 말도 안되는 자책도 해본다.

이제 남편이 잘 해야 된다. 플레이에 대해서 말하는 게 아니다. 그런 건 나는 잘 모르겠다. 남편이 해야할 일은 바로 후배들을 따뜻하게 끌어안아 줘야 하는 것이다. 세번째 월드컵 무대를 밟아 본 큰형으로서 해야할 일인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집으로 후배들 불러 몸에 좋은 것 먹이고, 용돈도 쥐어주고 하는 남편. 그래서 늘 내가 "정이 너무 많아 문제"라고 핀잔을 줬는데, 이젠 그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넘쳐 흐르는 정을 후배들에게 전해줘야 할 때다.


남편의 힘이 되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상처입은 후배들에겐 좋은 약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리스전 직전 라커룸에서 그랬듯이 다시 한 번 후배 한 명 한 명을 힘껏 끌어 안아주길 바란다. 물론 내가 말하기 전부터 그렇게 할 사람이긴 하지만.


23일 나이지리아전, 느낌이 좋다. 크게 이기면 되는 것 아닌가. 다시 한 번 똘똘 뭉쳐서 세계를 놀라게 할 힘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여보, 파이팅!

조범자 기자 anju1015@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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