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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기]부활 채제민① "불량학생들의 우두머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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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기]부활 채제민① "불량학생들의 우두머리였다" 채제민(오른쪽)은 어린 시절 촉망받는 복싱 유망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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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1985년 봄, 인천의 한 복싱체육관. 샌드백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빠른 주먹과 현란한 몸놀림. 고등학생의 훈련에 구경꾼들은 이내 감탄사를 연발했다.

복싱이 최고 인기 스포츠였던 시절. 소년 채제민은 체육관 내 최고 스타였다. 나가는 대회마다 상의 주인이 됐다. 받은 트로피는 체육관 입구에 떡하니 걸렸다. 후배들은 이런 그를 살아있는 교과서로 여겼다. 그러나 오랜만에 체육관을 찾은 채제민은 동경 어린 시선이 달갑지 않았다. 남의 속도 모르는 찬사라고 생각했다. 기량이 이전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진 탓이었다. 많아지는 잡생각. 뻗는 주먹에서 집중력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처음 복싱 글러브를 낀 건 중학생 때였다. 그는 다른 운동을 할 수도 있었다. 다양한 종목 체육부의 스카우트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큰 키와 넓은 어깨. 또래 친구들보다 두 배가량 큰 손은 어떤 운동에도 재목으로 보였다.

처음 시작한 운동은 유도. 기량은 탁월했다. 그를 매트에 넘어뜨리는 또래 선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시선은 자꾸 다른 곳을 향했다. 텔레비전에서 외국선수들을 통쾌하게 쓰러뜨리는 WBC 라이트 플라이급 챔피언 장정구처럼 복싱선수가 되고 싶었다.


긴 고민 끝에 찾은 복싱체육관. 관장과 선수들은 환영 일색이었다. 세계챔피언 감이라며 모두 함께 할 것을 제의했다. 다음 날 채제민은 매트 대신 링 위에 섰다. 글러브를 끼고 차근차근 세계챔피언의 꿈을 키워나갔다. 관장의 말처럼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짧은 훈련에도 불구하고 지역대회 상을 모두 휩쓸었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기량은 성인과 맞붙어도 될 정도로 탄탄해졌다. 그러나 멈출 줄 모르던 상승세는 2학년이 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아버지가 고혈압에 이은 중풍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는 채제민을 유독 아꼈다. 어려운 형편에도 운동을 선택한 아들을 끊임없이 지원했다.


“아버지는 산과 같았다. 한없이 큰 그늘로 고생 없이 자라게 해주셨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우리 아들, 실력 좀 보자’며 씨름자세 시늉을 하시고는 했는데….”


아버지의 공백은 긴 방황으로 이어졌다. 링이 아닌 학교 안팎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날이 많아졌다. 복싱으로 단련된 주먹에 상대는 매번 맥없이 쓰러졌다. 한바탕 소란 뒤 이들과 친구가 된 채제민은 자연스럽게 불량학생들의 우두머리로 떠올랐다. 계속된 불미스러운 사건들. 학교에 불려가던 어머니는 어느덧 경찰서를 드나들기 시작했다.


“사춘기였던 탓에 어머니 말씀이 잔소리로 들렸다. 그 때 불효를 아직까지 뼈저리게 후회한다.”


방황 끝에서 다시 찾은 체육관. 손에 낀 글러브는 낯설었다. 이전에 쏟은 열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샌드백을 마주해도 소용없었다. 눈에 들어오는 건 전신거울에 비친 10kg이 불어난 몸뚱이뿐이었다. 관장은 체급을 올려서라도 강행할 것을 주문했다. 한 체급만 올려도 몇 배 더 고생해야하는 복싱. 세계챔피언의 꿈은 멀게만 느껴졌다. 채제민은 조용히 글러브를 벗고 가방을 짊어졌다. 허망하게 무너진 꿈. 그러나 표정은 어둡지만은 않았다.


“그간 복싱에서 배운 인내로 모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멀어지는 체육관에서 얻은 교훈. 그것은 이후 새로운 꿈을 쫒는 발판이 됐다. 바로 음악이었다.


[스타일기]부활 채제민① "불량학생들의 우두머리였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채제민이 연주발표회에서 드럼을 치고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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