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유급 노조전임자의 근로시간면제한도(타임오프)를 둘러싼 후폭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타임오프 한도, 시간을 의결한 근면위와 노동부가 국회 환노위 보고 이후로 고시를 미뤘지만 제도 시행에 대한 강행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과 정책공조를 통해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한국노총과 금융노조 물론 타임오프 시행으로 최대 피해를 입게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등 노동계의 반발력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사측의 대표라는 경영자총협회는 회장 선출에 난항을 겪는 등 노사정이 타임오프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7월부터 시행.. 대기업 유급노조전임자 70%이상줄여야
지난 1일 새벽 표결로 처리된 근면위의 타임오프 의결에 따라 7월부터 사측이 임금을 부담하는 노조전임자의 유급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한도가 노조원 50인미만은 0.5명에서 1만5000명이상은 24명에서 2012년 7월부터 18명까지로 정해졌다.
노사가 단체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 기준보다 유급노조원이 적으면 문제가 없으나 많을 경우 이 기준에 따라 노조전임자수를 줄이거나 노조재정에서 부담해야 한다. 따라서 노조전임자가 220명에 이르는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 사측부담을 기준으로 하면 노조전임자수를 최대 10분의 1로 줄여야한다.
근면위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30일 시한을 넘겨 표결처리한데 대해 법적 효력을 갖고 있다면서 제도시행에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도 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하고 6일 타임오프 한도를 정한 고시를 내고 제도 시행을 위한 홍보와함께 7월 이후부터 노사 단체협상과정에서 타임오프가 지켜지는지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강경입장은 노동계의 세를 규합하는 반발력만 더욱 키웠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 등은 4일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발표하고 근면위의 타임오프 의결안에 대해 무효이며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근면위의 표결처리는 공익위원과 경영계 위원의 일방적 날치기임을 분명히 하고, 원천무효선언과 함께 대정부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에 대해서는 "날치기 사태를 주도했고 노사정 합의정신을 위반했다"면서 즉각 퇴진과 날치기 표결을 강행한 공익위원 전원에 대한 즉각 교체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근면위 논의 법정시한이 종료한 상황인 만큼, 국회(환노위)에서의 전면 재논의도 요구했다. 특히 일방적으로 6일로 예정된 고시를 할 경우 즉각적인 정책연대 파기와 함께 6.2 지방선거와 관련해 전조직적인 한나라당 심판투쟁을 전개한다고 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이날부터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6일부터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통해 타임오프 한도 재논의를 촉구할 계획이다.
오는 12일에는 한국노총 간부 1천명이 투쟁결의대회를 열어 6.2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심판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한국노총 산하 금융노조는 지난 3일 밤부터 4일 오전까지 한노총 건물 7층 임원실을점거하고 밤샘 농성을 벌였다.
◆정부 강행방침에 한국노총 민주노총 반대투쟁 선언
타임오프 시행시 가장 피해를 입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도 "근면위 표결에 대해 원천무효 선언과 동시에 현장에서 이 결정을 무력화하기 위한 투쟁에 본격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타임오프한도가 7월부터 시행될 경우 금속노조 소속 기아차, GM대우차 지부는 당장 각각 19명, 14명으로 풀타임 유급 노조전임자를 강제로 줄여야 한다. 현대차지부는 현 단협 유효기간 만료일인 내년 4월부터 24명으로 줄어든다. 2012년 7월 이후부터 현대차와 기아차는 18명으로 더 줄여야 한다. 2012년 7월부터 18명의 풀타임 유급 노조전임자로 노조를 운영하게 되면 현대차 조합원 수 4만5000여 명에 대입해 계산해보면 2500명 당 한 명씩만 노조전임 활동을 사실상 보장받게 되는 것.
현대차지부는 울산, 아산, 전주, 남양연구소, 모비스, 판매, 정비 등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 판매 및 정비 쪽은 각각 약 7000여 명, 27000여 명의 조합원이 시도 단위로 20곳(분회는 450 여 개)과 23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도대체 현대차지부 전체 18명의 풀타임 유급 노조전임자를 어떻게 쪼개 활동케 하란 말인가"라면서 "한마디로 노조활동 하지 말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기아차나 GM대우차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법과 절차 뿐 아니라 현실마저 모조리 무시하고 결정된 타임오프 제도를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노조법 자체도 인정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어 "2010년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갱신 요구에 노조전임자 처우보장 및 노조활동보장 등의 요구를 넣어 이 문제를 '노사자율' 원칙에 입각해 사용자와 합의해 나갈 것"이라며 "그 합의대로 노조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이어 민주노총 차원의 대정부 투쟁 방침에 발맞춰 오는 12일 대규모 상경투쟁과 지자체 선거투쟁 및 6월 총력투쟁을 펼칠 계획도 밝혔다.
◆한나라당 침묵속 민주당도 타임오프 반대 주장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민주당은 노동계와 공조해 반대하고 있다. 노동부는 당초 6일로 예정됐던 타임오프한도 고시를 10일 전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노동부는 지난 4일 임태희 장관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보고한 뒤에 고시절차를 밟기로 했다. 노동부는 애초 6일 고시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보고 이후로 연기함에 따라 10일 전후로 고시가 이뤄질 전망이다.
민주당은 근면위가 날치기 처리했다면 원천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7월 시행이 두 달 남았기 때문에 날치기 처리할 만큼 시급하지 않다는 입장. 충분한 논의와 검증을 거치고 국회의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근면위가 1일 새벽 표결처리한 이후 2일 오전에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전교조, 전공노, 철도노조 위원장등 노동계 인사와 노정세균 당대표, 민주당 환노위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입장을 확인한 바있다.
한편, 사측 대표인 경총은 지난 3일 사의를 표명한 이수영 회장의 후임회장 선출 과정에서 이희범 STX 회장을 추대한다고 발표했다가 당사자가 고사하는 해프닝을 일으켰다. 경총은 복수노조 문제를 놓고 무노조인 삼성그룹에 치우친 입장을 내세웠다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의 무더기로 탈퇴한 바 있다.
당장 타임오프라는 현안이 있음에도 수장마저 제대로 선출하지 못하는 내홍을 보이면서 사측 대표단체로서 구심점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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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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