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잔인한 4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봄날씨라기 보다 늦가을 날씨를 연상시킨 올 4월은 엘리어트(Thomas Sterns Eliot)의 시처럼 참 잔인한 달이었습니다. 채 피지도 못한 청춘들과 아직 어린 자녀들만 남긴 젊은 가장 등 46명의 천안함 전사자들이 어제 국립묘지에 안장됐습니다. 개개인의 애닲은 사연, 유가족의 처절한 슬픔은 영정에 올려진 무공훈장으로도 치유되진 않을 것입니다.
영결식 조사에서 해군참모총장이 "우리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 세력들이 그 누구든지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찾아내어 더 큰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군측이 처음으로 공식적인 '보복'을 언급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천안함 침몰의 유력한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북한과 관계는 당분간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감과는 별개로 온통 천안함으로 뒤덮였던 사회분위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당장 정치권은 지방선거에 올인할 것입니다. 때마침 천안함 사태로 억눌려졌던 응어리를 분출할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한달 후 열리는 남아공 월드컵이 바로 그 장입니다.
사실 축구만큼 군중을 한 곳으로 모으는 스포츠도 드뭅니다. 오죽하면 남미의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는 월드컵 예선전을 치러다 실제 전쟁까지 하는 비극을 맛봤을 정도니까요. 1969년의 이 비극은 5일만에 엘살바도르의 승리로 끝났지만 양국 합쳐 2000명이 넘는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월드컵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정치인들에겐 지방선거가 보이겠지만 일반 국민, 특히 젊은 남성층에서 월드컵은 4년만에 한번씩 맛보는 전쟁같은 축제입니다. 먼 이국땅과 시차로 새벽에 TV를 시청하면서도 삼삼오오 모여 응원가를 부르고 함성과 탄식을 거듭합니다. 월드컵만이 가지는 마법일 것입니다.
월드컵을 배경으로 하는 온라인게임 '피파온라인'을 서비스하는 네오위즈게임즈가 전날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분기매출 900억원을 달성하는 등 9분기 연속 최대 매출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36억원과 17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44%, 80%씩 증가했습니다.
이같은 실적 덕에 네오위지게임즈는 전날 장초반 4만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결국 보합인 3만8700원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지난 2월 초순 2만원대 후반에서 시작해 2만원 가까이 오른 주가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실적을 본 증권사들의 전망은 장밋빛 일색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날 네오위즈게임즈가 남아공 월드컵의 최대 수혜주라며 목표가를 4만5400원에서 5만500원으로 올렸습니다. 실적이 받쳐주는데다 스포츠게임이 프로시즌 개막과 월드컵 수혜로 양호한 실적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목표가 5만4000원을 일찌감치 제시하며 네오위즈게임즈를 가장 좋게 보고 있는 대우증권도 월드컵 효과에 주목했습니다. 야구게임 '슬러거'와 축구게임 '피파온라인' 등 2009년 매출의 27%를 차지한 스포츠게임이 2분기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신영증권은 사상 최대 1분기 실적에 더 주목했습니다. 1분기 실적을 뜯어보면 일회성 요인과 계정 재분류 효과 제외시 서프라이즈 수준의 호실적이란 것입니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네오위즈게임즈는 1분기 이사비용 20여억원을 인건비성 경비로 반영했고, 기존까지 영업외비용으로 반영되던 매출채권처분손실을 영업항목인 지급수수료에 합산해 반영했습니다. 이런 요인을 반영할 경우, 네오위즈게임즈의 영업이익은 286억원으로 발표금액보다 50억원 많다는 것입니다. 신영증권의 네오위즈게임즈 목표가는 5만원입니다.
하지만 네오위즈게임즈의 앞길이 비단길로 깔린 것만은 아닙니다. 2007년말 게임온 지분 인수시 재무투자자이자 게임온 2대주주인 게임홀딩스와 체결한 풋백옵션 이행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소송은 여전히 부담입니다. 소송의 승패와 관계없이 게임홀딩스이 보유한 지분 인수에 드는 비용만 700억~900억원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네오위즈게임즈가 보유한 현금 1200억원과 700억원의 현금흐름을 감안할 때 큰 부담이 아니란 분석도 있지만 게임개발이나 마케팅이 아닌 쪽에 이 정도 금액을 투입한다는 것이 달가울 리는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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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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