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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구제금융 '위기종료 아니다'

[아시아경제 안혜신 기자] 버티기로 일관하던 그리스가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 2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결국 구제금융을 요청한 것.


시장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눈덩이 부채를 상환할 자금을 적기에 충분히 확보하기 힘들다는 것이 기정사실이었고, 구제금융 요청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지만 시장은 안도하지 않았다. 근본적인 재정위기를 해소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디폴트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 투자자 불안감 여전 = 그리스 정부는 EU와 IMF 45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로 인해 시장은 그동안 불안 요인을 작용했던 우려가 다소 사그라지면서 이날 영국 FTSE100지수, 독일 DAX30지수, 프랑스 CAC40지수 등 유럽 주요 증시는 상승 마감되는 등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 이날 그리스 5년물 CDS프리미엄은 615bp까지 확대됐다. 그리스와 함께 PIIGS 국가 중 하나로 꼽히는 포르투갈 5년물 CDS 프리미엄 역시 전날 대비 4bp오른 280bp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페인 CDS 금리도 급등, 이번주 176bp로 마감됐다.

구제금융 요청에도 불구,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웃도는 높은 재정적자로 인해 투자자들의 그리스에 대한 우려감이 불식되지 못했던 것. 투자자들의 뿌리 깊은 그리스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랄프 아렌스 프랑크푸르트 트러스트 트레이더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문제가 너무 많이 남아있어 그리스 국채를 사지 않을 생각"이라면서 "이번 구제금융 요청이 시장의 불안 요소를 잠재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단기처방..갈 길 멀어 =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가장 큰 방법은 구제자금 지원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지는 것이다.


게오르게 파파콘스탄티누 그리스 재무장관은 110억유로 규모의 부채 상환 예정일인 오는 5월 19일 이전까지 1차 지원 자금이 집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신속한 자금지원으로 5월 만기되는 채권 상환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EU와 IMF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그동안 "그리스가 지원 요청만 한다면 언제든 지원할 준비가 돼있다"는 의견을 밝혀온 만큼 며칠 안으로 구체적인 지원 내용이 정해지리라는 것.


그러나 이번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지더라도 '발등의 불끄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단기적인 채권 상환은 가능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중장기적 불안 요소는 전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우려하는 점은 그리스가 재정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각종 긴축안을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에서의 문제점이다. 그리스가 긴축 정책에 돌입하면서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경제적 유연성을 갖추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


그리스가 이러한 조치들을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조차도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달 그리스가 48억유로 규모의 추가 긴축안을 발표한 직후 그리스 내부에서는 이에 항의하는 노동계의 격렬한 파업 시위가 진행되는 등 민심이 흉흉하기만 하다. 뼈를 깎는 고통을 함께 하겠다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으면 적자 감축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스티븐 젠 블루골드캐피탈 이사는 "그리스에 대한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만 최종적인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면서 "결국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발표된 그리스의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는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을 뒷받침해준다. EU 통계청은 그리스의 지난해 재정적자 규모가 13.6%라고 밝혔다. 이는 그리스 정부의 예상치 12.9%와 EU의 지난해 11월 예상치 12.7%를 웃도는 수치다.


벤 메이 캐피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원이 그리스 위기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면서 "그리스는 긴축안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중장기적인 국가 경쟁력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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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신 기자 ahnhye84@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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