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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열의 건축외전⑩]자연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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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열의 건축외전⑩]자연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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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열의 건축외전⑩]자연에 답이 있다. 스트라타(Strata) SE1, 헤밀턴 건축사무소(BFLS, formerly Hamiltons Architects), 영국 런던 소재의 고층 주거 건물로 날카로운 곡면과 최상부의 풍력발전기로 유명하다. ⓒstratalondon.com

모방과 창조


한동안 취미가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이었다. 항공스포츠의 특성상 안전과 이론 교육이 우선시 된다. 항공기의 주요 원리를 교육받고 나면 지상교육을 통해 장비를 직접 운용해볼 수 있다. 바람에 따른 이륙과 착륙, 비행에 대한 여러 상황을 숙지하고 나서야 첫 비행에 도전하게 된다. 장비를 둘러메고 이륙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두근반 세근반이다. 그날 비행의 성과는 기상(氣象)에 달려있겠지만, 이륙하고 나면 교육자의 몫이다. 대개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여유를 갖기도 전에 착륙이다. 안전하게 두발을 땅에 디디면 모두들 첫 비행을 축하해준다. 콩닥거리는 심장소리와 함께 생각해보면 어떻게 날았을까 궁금하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⑩]자연에 답이 있다.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 낙하산(Parachute)과 행글라이딩(Hang gliding)의 합성어로 무동력 항공 스포츠로써 인기가 높다. ⓒgingliders.com


인간이 하늘을 날고자 하는 욕망은 새들을 보고 흉내 내는 모방에서 시작됐다.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Icarus)는 새의 깃털을 밀랍으로 붙여 날개를 만들었다. 최초의 동력비행기가 나오기 전까지 이런 시도는 계속됐다. 어떤 이는 천으로 만든 날개를 가지고 에펠탑에서 뛰어내리기도 했다. 지금은 시행착오 끝에 새보다 빠른 비행기를 타고 다닌다. 비행기의 기본 원리인 베르누이 정리(Bernoulli's theorem)와 벤투리효과(Venturi effect)를 알기 때문이다. 수많은 모방 끝에 우리는 비행이라는 창조를 갖게 되었다.


자연에서 배운 아이디어


자연 구조를 본뜬 물건 중에 벨크로(Velcro)라는 접착포가 있다. 붙였다 떨어질 때 나는 소리 때문에 일명 ‘찍찍이’라 부른다. 산이나 들에서 스치기만 해도 옷에 달라붙는 도깨비 풀은 누구나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번 매달린 것을 떼어내기란 여간해서는 쉽지가 않다. 스위스의 엔지니어인 게오르그 드 메스트랄(George de Mestral)은 이런 경험을 가볍게 보지 않고 그 구조를 관찰했다. 풀의 열매에 있는 갈고리가 구부려져 있는 구조임을 밝혀내고 실생활에 유용한 물건을 만들었다. 운동화나 아기 기저귀 등에 널리 사용되는 벨크로는 오늘날 독점 생산되어 팔리고 있다. 누군가에게 도깨비 풀은 신통방통한 도깨비 방망이인 셈이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⑩]자연에 답이 있다. 부츠 건조 용품 윈드라이(Windry), 바람의 흐름을 이용하여 부츠의 깊은 곳까지 말려주는 기구를 만들었다. ⓒJohn Lee


한번 정립된 이론은 재해석되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앞서 말한 벤투리 효과는 항공기뿐만 아니라 산업디자인에서도 쓰인다. 고무재질의 밀폐된 장화는 사용 후에 한참이 지나도 잘 마르지 않는다. 디자이너 존 리(John Lee)는 공기의 흐름을 이용하여 부츠의 깊은 곳까지 바람을 순환시키는 기구를 만들었다. 주걱처럼 긴 플라스틱은 장화 내부에 기압 차이를 만들어 공기를 자연대류 시킨다. 100% 재생 가능한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친환경적 측면 또한 놓치지 않았다. 이런 효과를 화장실 계획에 사용한 적이 있다. 별도의 환풍기 없이 환기가 될 것이다.


벤투리 효과


벤투리효과는 이탈리아 물리학자 벤투리(Giovanni Battista Venturi)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바람은 탁 트인 공간을 지나다 좁은 공간을 마주치면 속력이 빨라지는 현상이 있는데 이를 정리한 것이다. 한여름 둔치에서 어르신들이 다리 밑에서 장기를 두는 것은 그늘 때문만은 아니다. 다리 밑에는 벤투리 효과로 인한 바람이 불기 때문에 더 시원하다. 여름휴가철 계곡으로 피서 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심지에서 빌딩 사이로 강풍이 부는 이유도 같은 원리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⑩]자연에 답이 있다. 스트라타(Strata) SE1, 헤밀턴 건축사무소(BFLS, formerly Hamiltons Architects), 건축물 최상부에는 대형 풍력발전 터빈 3개가 설치됐다. ⓒstratalondon.com


최근 런던에는 이런 벤투리효과를 이용한 건축물이 완성되었다. 높이 148m, 42층의 주거건물인 스트라타(Strata) SE1은 세계최초의 풍력발전 빌딩이다. 에너지 소비의 주요 원인인 건축물에 녹색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를 공급받거나 태양광 위주의 편협한 방식이 아닌 자체 풍력발전 건물은 처음이다. 벤투리 효과를 응용한 3개의 풍력발전 터빈은 건물에 필요한 전력의 8%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건축물은 환경적 측면에서 새로운 기준일지 모른다. 계획하고 있는 한국의 몇몇 초고층 빌딩에서도 경제성을 검토하고 있다.


자연에 답이 있다


공기의 흐름을 이용한 건축 장치는 많다. 너무 익숙하여 존재를 모르고 살기도 한다. 건축물의 배관은 유속의 제어를 위해 벤투리효과를 응용한다. 한국 고유의 난방법이라는 구들의 원리 또한 열 상승효과와 벤투리효과로 설명된다. 구들은 온돌이라는 이름으로 유럽에서 재생산되고 있다. 특허권을 가졌다면 우리에게 도깨비 방망이 같은 것이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⑩]자연에 답이 있다. 스트라타(Strata) SE1, 헤밀턴 건축사무소(BFLS, formerly Hamiltons Architects), 런던의 대표 건물인 빅벤(Big Ben) 옆에 풍력발전의 대표 건물이 들어선다. ⓒstratalondon.com


지구에 부는 바람을 전기에너지로 계산하면 약 1,700~3,500 TW(테라와트)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 세계 인구가 소비하는 전력은 현재 약 14 TW이다. 태양광뿐만 아니라 풍력에너지 또한 인류가 사용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새의 날개 짓을 모방하여 비행기를 만들듯이 계곡에 부는 바람을 보고 전력을 자가 발전한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오늘날 문명은 흉내에 그치지 않고 모방을 통해 새로운 창조를 하고 있다. 유체 역학과 에너지 발생에 관한 이론들은 우리 생활에 적용되어 더 나은 삶을 만들고 있다. 인류 역사 이래로 건축의 답은 자연에 있다.


사진 출처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 : gingliders.com
부츠 건조 용품 윈드라이(Windry) : jsldesign82.com
스트라타(Strata) SE1 : stratalondon.com








양승열 painter_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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