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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열의 건축외전⑧]기술과 예술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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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열의 건축외전⑧]기술과 예술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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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신입생

봄바람이 살랑 불어 코끝이 간질거리는 봄이다. 졸업과 입학 시기가 끝나고, 대학 새내기들은 말 그대로 청춘(靑春)을 만끽하는 계절이다. 인생의 전환점인 대학생활을 더듬어보면,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와 성인으로서의 인생관을 찾고자 분주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한껏 차려입고 등장한 친구들, 술잔을 건네던 선배들과의 첫 만남은 설레기 마련이다. 마음껏 재잘거리며 파릇한 꿈을 키우는 싱그러움은 그들만의 특권인지도 모른다. 한국 특유의 입시제도에서 벋어났다는 해방감도 그 한몫을 했을 것이다. 잔디밭에 누워 낭만을 이야기하던 봄볕은 지금도 따스한데, 그 자유로움은 한때의 추억이 됐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⑧]기술과 예술을 넘어 야외 예배당(Field Chapel), 프랭크 플러리(Frank Flury) 교수 + 일리노이 공과대학(IIT) 건축과 학생들, 독일 붸딕하임(B?digheim) 소재 예배당으로 학생들과 함께 계획하고 시공했다. ⓒBrigida Gonzalez

간혹 휴학을 하고 편입학이나 재수(再修)를 자처하는 학생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외부적인 문제가 학생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신입생 때부터 취직 조건을 갖추기 위해 다시 학원을 간다. 취업 한파로 입학과 함께 영어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이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물가 상승률을 훌쩍 넘는 등록금 인상률은 학생들을 아르바이트로 몰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학년도 등록금 평균을 국공립대 416만원, 사립대 742만원으로 집계했다. 자취생의 생활비와 교재비까지 포함해서 생각하면 문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젊은 그들의 열기가 어디로 가겠냐만은 대학에서 학원을 다니고, 대출받은 학자금이 빚으로 남는 시대는 걱정스럽다. 신입생들은 봄날이 지나면 다시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을 걱정해야 한다. 취직 준비와 부업을 병행하는 친구들은 학문으로서의 전공 공부를 언제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건축학과 5학년

대부분의 건축과는 공과대학에 속해 있다. 학교 마다 방식은 다르겠지만 건축과는 크게 ‘건축공학’과 ‘건축학’으로 구분하여 교육한다. 건축공학은 엔지니어링(Engineering)의 단어 의미대로 구조, 시공, 설비 등이 해당되고, 건축학은 설계, 건축사, 디자인 등의 분야로 볼 수 있다. 즉, 기술 중심의 교육과 디자인, 이론을 중시하는 교육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방법은 바우하우스(Bauhaus, 건축을 주축으로 예술과 기술을 종합하기위해 설립된 학교) 이후에 20세기 건축 교육의 전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금의 학교 교육 또한 이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⑧]기술과 예술을 넘어 바우하우스(Bauhaus),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독일 바이마르에 세워진 학교로 예술과 기술을 통합하는 교수법과 교육이념은 세계적으로 보급되었다. ⓒmhobl


몇 년 전 건축과는 계속되어 왔던 학부과정에 큰 변화를 겪었다. 대학의 기본 학제인 4년 과정을 5년제로 바꾸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가 건축설계 시장의 개방원칙을 권고했기 때문인데, 국제건축가연맹(UIA)의 기준에 따라 5년 이상의 교육과 2년 이상의 수련 규정이 적용된다. 국내에서 5년제 건축학과 도입을 위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건축공학과 건축학을 이원화하여 4년제와 5년제를 병행하는 학교도 있다. 공과대학이 아닌 별도의 건축대학을 설립한 곳도 생겼다. 길어진 교육기간만큼 내용도 심화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우하우스의 전통적인 방법을 벗어난 획기적인 교수법은 듣지 못했다. 늘어난 교육 시간과 비용에 비해 교육과정은 조금 아쉽다. 지인으로부터 국제적으로 유명한 학교의 독특한 수업 시도(試圖)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IIT 학생들


일리노이 공과대학(IIT, Illinois Institute of Technology)은 20세기 건축계를 대표하는 건축가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로 기억 된다. 독일 바우하우스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건축가 미스가 20년 동안 이 대학 건축과의 교수로 재직하면서 대학은 크게 발전했다. 지금도 시카고의 명문 건축대학으로 유명하다. 이 대학의 프랭크 플러리(Frank Flury)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독일 붸딕하임(Boedigheim) 지역의 예배당을 계획, 시공했다. 그 지역의 설계사무소와 마을 주민의 지원을 받았지만 건축의 핵심 주체는 학생들이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⑧]기술과 예술을 넘어 야외 예배당(Field Chapel), 일리노이 공과대학(IIT) 건축과 학생들이 건축 개념과 일조량 분석, 토목, 구조 등의 실무적 작업을 했다. ⓒBrigida Gonzalez


플러리 교수는 예배당 디자인 목적을 ‘신 앞에서 조용히 자신을 반성하는 공간이자 방문자가 쉬어갈수 있는 아름다운 휴게 장소’로 정의하여 학생들에게 설계과제를 내었다. 이후 학생들은 3개월 동안 여러 대안을 만들었고, 관공서와 주민들에게 보고했다. 계획 방향이 정해지자 주어진 시간 내에 실제로 완공되도록 도면 작성도 진행했다. 엑케르 아크텍텐(Ecker Architekten)이라는 설계 회사의 도움을 받았지만 학생이 공사용 도면을 작성하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⑧]기술과 예술을 넘어 야외 예배당(Field Chapel) 준공 기념 예배


여름학기동안 학생들은 현장에서 시공에 참여했다. 8주 후에 예배당은 완공 됐고, 첫 기념 예배를 드리는 날 400명 이상의 주민이 참가하는 잔치가 벌어졌다. 마을에 예배당이 생기도록 도와준 많은 주민들과 관계자들은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기획, 기본설계, 디자인 발전, 허가, 공사도면 작성, 시공, 준공 등의 일련의 건축과정을 모두 경험한 학생들의 기쁨은 더했을 것이다.


기술과 예술을 넘어


이 예배당은 지역의 역사와 디자인 등의 예술적인 측면과 구조, 시공, 친환경적 재료 사용 등의 기술적인 학업을 동시에 이룬 본보기다. 또한, 공공적 성격이 짙다. 시에서는 나무 재료를 제공했고, 인근의 제재소 주인과 목수는 시공에 참여 했다. 기술이 없는 마을 주민은 숙식을 제공하며 도움을 주었다. 모두 마을 예배당을 이용할 수 있는 수혜자들이다. 그리고 IIT 학생들은 건축가의 공공적 역할을 경험함으로써, 이 일의 제일 큰 혜택을 받는 사람이 됐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⑧]기술과 예술을 넘어 야외 예배당(Field Chapel), 여름학기 8주 동안 학생들은 본인이 계획한 현장에서 시공 했다.


이 건물은 일반적인 건축적 의미를 넘어선다. 기술과 예술을 넘어 사회적 역할과 교육에 대한 가치를 가진다. 배움에 주려있는 시기에 눈으로 보고 체험한 것은 잊어지지 않는 법이다. 몸으로 배운 것은 훗날이 되어도 본능적으로 기억해 내는 것이다. 이 예배당 외에도 플러리 교수와 학생들은 미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의 계획과 시공에 참여했다. 이런 것들은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또한, ‘국제적으로 능력 있는 건축가 양성’의 목적에 충실해 보인다. 이들의 교육 경쟁력이 이렇다면 건축학과 5학년 학생들의 짐은 더욱 버겁다. 취직 준비와 부업을 병행하는 이들은 도망이라도 가고 싶을 것이다. 지금도 배출되고 있는 5년제 졸업생들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궁금하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⑧]기술과 예술을 넘어


사진 출처
야외 예배당(Field Chapel) : archdaily.com
바우하우스(Bauhaus) : flickr.com








양승열 painter_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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