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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열의 건축외전⑥]건축공간의 실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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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열의 건축외전⑥]건축공간의 실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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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


한국의 독특한 주택제도 중 하나로 선분양이 있다. 말 그대로 분양을 먼저하고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후분양이 일반화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 발달한 것으로 여러 가지 장단점이 거론된다. 공급자는 공사비용을 수요자에게 미리 받아 사업을 진행함으로 초기자본을 줄일 수 있고, 수요자는 주택대금을 나누어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금융자산이 가난했던 시절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기위해 수용되었지만, 오늘날에는 건설사와 수요자 간의 분쟁을 야기(惹起)하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건물이 완공되기 전에 건설사가 부도나게 되면 피해의 상당부분이 분양자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대한주택보증(주)에서 보증을 하는 분양보증제를 의무화했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⑥]건축공간의 실험장 복합문화공간 크링(Kring), 신창훈 + 장윤규,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서울 대치동 소재의 3층 규모 가설건축물로, 단순한 모델하우스가 아닌 복합문화공간이다.

선분양 제도의 근본적인 취약점은 돈을 먼저내고 주택을 나중에 받게 되는 구조에 있다고 말한다. 대다수가 대출에 의존해 주택을 구입하는 상황에서 문제가 생기면 금전적, 정신적 피해가 막대하다. 아무리 신용사회라고 하지만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분양시장에서 무엇을 보고 상품을 선택할 것인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사업주체의 신뢰도와 모델하우스(Model House)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


모델하우스는 수요자들에게 미리 보이기 위해 지은 견본 주택으로 완공될 집과 같은 구조로 만든다. 옵션 품목의 경우 관람자가 알기 쉽게 표지판을 설치해야 한다. 주택법에 따라 그 내부에 사용하는 마감재와 가구는 사업계획승인의 것과 같은 것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건축법상 가설건축물로 분류되어 그 사용 목적이 다하면 없어질 것을 염두(念頭) 해 두고 계획된다. 이에 따라 견본주택은 철거를 대비하여 사진 및 영상물을 제작한 후 1년 이상 보관한다. 입주 후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욕망의 장소


견본주택, 주택전시관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통상 모델하우스라고 불리는 이 건물의 목적은 분양에 있다. 애초에 분양자금을 모으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지만, 수요자들은 지어질 주택을 가늠하며 꼼꼼히 살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건물에 다른 목적을 위해 오는 사람이 있다. 속칭 ‘떴다방’이라는 부동산 브로커와 투기꾼들이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⑥]건축공간의 실험장 모델하우스(Model House), 견본주택이나 주택전시관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인기지역의 모델하우스에 길게 늘어선 줄은 이제 익숙하다.


부동산 투기가 과열되던 시절, 다양한 투기 행태가 연일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했다. 1977년 도시 근로자가 오만 원 정도의 임금을 받을 때, 한 투기꾼은 현금 이억 원을 동원하여 100가구를 신청했다. 한사람이 여러 가구를 청약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투기 가수요를 막기 위해 이중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하면, 집 없는 사람을 동원해 여러 개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피해갔다.


청약 경쟁률은 100대 1을 가볍게 넘기더니, 2004년에는 328대 1이라는 신기록이 세워졌다. 인기지역의 고급 주상복합이라는 상품성과 주변 개발호재로 인해 7조4000억 원이라는 청약금액이 순수 민간에 의해 모아진 것이다.


청약이 과열되어 접수하는 은행이 마비되기도 했으며, 전날부터 텐트를 치고 잠을 자는 사람도 있었다. 길게 늘어선 대기자 줄 옆에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파는 장사진과 함께 투기단속반이 팔띠를 두르고 있었다. 떴다방이든 실수요자든 청약만 되면 시세차익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심지어 청약자 대신 줄을 서주는 아르바이트도 성행했다. 그야말로 야단법석, 북새통을 연출한 것이다. 이후 투기와 투자의 차이점을 논하는 술자리에서는 ‘남이하면 불륜이고, 내가하면 로맨스’라는 부동산 지론이 형성되어 안주로 삼았다. 주택가격 상승기에 시세차익을 기대한 것이 비단 투기자뿐이었을까?


사업의 홍보와 분양을 위한 주택전시관은 이렇게 ‘욕망의 장소’로 우리에게 기억된다.


복합문화관이 되다.


90년대 후반부터 주택 상품은 브랜드를 가지기 시작했다. ‘00동에 산다.’ 라는 말 대신 '00동 래미안에 산다.'라고 대답한다. 짓기만 하면 다 팔리던 분양시장에서 차별화된 상품이 더 잘 팔리는 시기가 온 것이다. 즉,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온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사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브랜드로 표현하였으며, 그 격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슬로건(Slogan)을 내세웠다.


‘아파트와 당신만을 생각합니다.’, ‘집은 엄마다.’, ‘도시가 숨을 쉽니다.’, ‘당신의 이름이 됩니다.’, ‘집과 자연이 하나가 됩니다.’, ‘당신의 명예이고 싶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편리한 세상.’ 등 대부분 당신을 위한 고급주택이자 환경이 좋다는 내용을 표현했다.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가 완공된 건축물에 얼마나 투영되었는가를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모델하우스에서는 그 양상(樣相)이 다르게 나타난다. ‘욕망의 장소’에서 ‘복합문화시설’로 탈바꿈한 것이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⑥]건축공간의 실험장 서교동 자이 갤러리(Xi Gallery), 켄 민성진, SKM 건축사사무소, 서울 서교동 소재의 모델하우스로 1층에 복합문화관을 운영한다. 2007년 대한민국 굿 디자인(Good Design)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였다.


특성 없이 비슷하던 모델하우스는 진화를 거듭하여 브랜드에 걸 맞는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유형별 주택을 전시하는 네모난 견본주택을 벗어나 도심에서 돋보이는 외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아파트를 잘 분양하기위한 목적은 변함없지만, 지나치며 보이는 모델하우스의 모습은 확연히 변한 것이었다. 획일적이던 분양 사무실은 도시에 새로운 힘을 부여하는 강력한 이미지가 됐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⑥]건축공간의 실험장 서교동 자이 갤러리(Xi Gallery), 켄 민성진, SKM 건축사사무소, 건물 가운데 위치하는 녹지 공간은 이 건물의 가장 큰 가치이다.


서교동의 자이 갤러리는 자연 위에 떠 있는 첨단의 모습을 나타낸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면의 금속 외장재가 빛을 발하고, 그 아래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자연과 인간을 유입하고 있다. 연면적 9,900㎡의 3층 규모로 지어진 이건물의 1층의 필로티(Pilotis, 건물을 지상에서 기둥으로 들어 올린 공간)는 자연을 적극 도입했다. 이 녹지 공간은 건물의 중정(中庭)으로, 가운데 위치하여 건물 내부와 교감하는 핵심공간이 된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⑥]건축공간의 실험장 서교동 자이 갤러리(Xi Gallery), 켄 민성진, SKM 건축사사무소, 복합문화공간으로 사용되며 상설 강좌 외에 ‘2008 현대예술워크샵’을 진행하였다.


형태적인 것뿐만 아니라 기존의 모델하우스와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1층에는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하여 다양한 문화강좌를 제공한다. 다목적 홀에는 최신의 시스템을 갖추어 공연과 강연을 하더니, 근래에는 결혼식도 진행되어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2층과 3층에 있는 견본주택을 보러 가기 전에 도심 속 또 하나의 문화공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복잡 다양한 도시생활에서 건축물 용도의 복합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건축공간의 실험장


복합문화공간을 표방하는 모델하우스가 늘어나면서 유명건축가들의 손을 거친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내부에 그림과 사진을 걸어두는 정도의 모델하우스는 이미 구식이다. 극장, 공연장, 커피라운지, 오픈키친, 전시장, 강연장, 미팅 룸, 스카이라운지 등을 구성하다 보니 다른 건축계획에서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공간이 연출된다. 이렇게 ‘건축 공간의 실험장’으로 변모한 모델하우스는 연말 건축디자인 시상식의 단골 수상자가 되었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⑥]건축공간의 실험장


[양승열의 건축외전⑥]건축공간의 실험장 복합문화공간 크링(Kring), 신창훈 + 장윤규,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상)공사 시점부터 독특한 외관으로 시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크고 작은 원들이 깊이를 달리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복합문화공간 ‘크링(Kring)’은 본래의 용도마저 의심되는 건축물이다. 사각형 건물이 즐비한 대치동에 나타난 이 독특한 외형은 공사 단계부터 주목을 끌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1999)의 인상 깊은 장면인 총알의 파동을 닮았다.


“무슨 건물이기에 특이하게 생겼네?” 지나가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원(圓)을 뜻하는 ‘크링’의 의미는 외관에 그치지 않고 도심의 울림통으로 제안되었다. 건축가는 ‘어울림’이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자연, 도시, 생활의 다양한 요소를 모아, 커다란 공명과 울림을 도시로 퍼트리는 것’에 착안했다고 한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⑥]건축공간의 실험장 복합문화공간 크링(Kring), 신창훈 + 장윤규,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대규모 아트리움을 지나가는 원통의 패턴도 원이다.


건물 자체가 오브제(Objet, 상징적 형태)로 표현된 이 건물의 내부는 더 예술적이다. 입구에 들어서면 원통 실린더(Cylinder)가 떠있는 아트리움과 함께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는 극장이 있다. 아트리움은 지붕까지 열려있고, 그 사이를 원통 형태의 브리지(Bridge)가 지나간다. 채광창을 통해 스며드는 부드러운 햇살과 함께 다양한 장르의 조형물이 전시되는 공간이다. 외형의 연속선상에서 원형의 이미지가 유지되고, 깔끔하게 마감된 내부에 LED 조명으로 신비한 공간을 만들었다. 극장에서는 예술영화를 무료로 상영하여 비상업 영화의 안정적인 공급을 추구하고 있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⑥]건축공간의 실험장 복합문화공간 크링(Kring), 신창훈 + 장윤규,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공간에 LED 조명으로 색을 입혔다.


계단을 타고 2층에 오르면 목재로 마감한 라운지와 함께 아트리움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휴식처가 있다. 핸드드립 커피와 함께 쉬어갈수 있으며, 사람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장소이다. 약 1,000㎡의 홀은 전시회, 패션쇼 등의 다목적 홀로 사용된다. 2개의 공간으로 나누어 쓸 수 있는 이 공간은 보다 적극적인 이벤트를 수용할 수 있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⑥]건축공간의 실험장 복합문화공간 크링(Kring), 신창훈 + 장윤규, 운생동 건축사사무소, (좌)밤이 되면 건물의 외관은 더 확연히 나타난다. (우)스카이 가든(Sky Garden)은 작은 음악회 등의 이벤트가 진행된다.


분양할 때를 제외하면 모델하우스라는 개념을 찾기 힘든 이 건물은 3층에 주택전시관이 있다. 쓰임새만 보자면 주객이 전도(顚倒)된 것이다. 파격적인 공간은 기존 모델하우스의 한계를 넘어서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열려있는 공공의 건물로 계획된 것 같다. 이처럼 도시와 호흡하고 감각이 살아있는 건축 공간은 많은 사람들에게 호기심과 관심을 받고 있다. 비좁은 도시공간에서 문화와 삶의 여유 공간이 만들어져 기분이 들뜬다. 앞으로도 빨리 지어졌다 목적을 다하면 사라지는 가설 건축물이 아닌 도시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되기를 기대한다.


사진 출처
서교동 자이 갤러리(Xi Gallery) : http://www.gd.or.kr/
2008 현대예술워크샵 : http://www.mizy.net(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복합문화공간 크링(Kring) : http://www.kring.co.kr, http://www.flickr.com, http://tsori.net








양승열 painter_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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