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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열의 건축외전⑨]비어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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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열의 건축외전⑨]비어있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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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층 주택


다양한 주거 유형을 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복층 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본 높은 천장의 주택은 꽤나 멋있어 보인다. 크기가 한 아름이나 되는 샹들리에(Chandelier) 아래에서 와인 한잔을 여유롭게 음미하는 모습은 성공한 인생을 표현한다. 여러 매체를 통해 전달된 이런 장면은 우리에게 깊이 각인됐다. 넓고 높은 공간의 침실과 거실, 아침햇살이 쨍하고 들어오는 큰 유리창은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주택이다. 복층 구조는 대개 고급주택이나 빌려 쓰는 펜션(Pension)에서 나타난다. 간혹 층고에서 자유로운 아파트 제일 높은 층에 계획되기도 하는데, 프리미엄이 형성돼 거래된다. 즉 한국에서 복층 주택에 산다는 것은 부(富)를 의미한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⑨]비어있는 공간 타운 하우스(Town house), 엘딩 오스칼손(Elding Oscarson) 건축사무소(Johan Oscarson + Jonas Elding), 스웨덴 스코네주(州)의 항만도시 란스크로나 소재의 주택으로 75㎡의 대지 위에 연면적 125㎡로 지어진 3층 규모의 건축물이다. ⓒake e:son lindman


콘크리트의 재료 사용으로 건축 구조가 자유로웠던 서양의 경우 복층 주택은 서민의 작은 주택에서도 많이 사용됐다. 주택의 기본 목적인 일조와 채광, 환기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작은 집에 여러 세대가 살던 시절, 위생의 문제는 사회적 이슈였다. 지금은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층고를 낮게 계획하자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고 복층의 장점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근래의 복층 주택 상품은 주택이 아닌 주거용 오피스텔에서 많이 사용됐다. 엄밀히 말하자면 복층 주택이 아닌 ‘복층형’ 주택이다.

2층은 거저 드립니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공간 구조는 간단하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양쪽 벽에 화장실과 신발장이 있고, 나머지는 부엌이 있는 거실 겸 침실이다. 높이 또한 2.4m 정도의 일률적인 크기라서 오랜 시간 있으면 갑갑한 느낌이 든다. 10평 내외의 작은 방 하나에 딸린 창문 하나. 그 창문마저도 안전의 문제로 많이 열리지 않는다. 하나 둘 늘어나는 세간을 빼곡히 쌓다보면 작은 방은 더 작아지기 마련이다. 이런 오피스텔이 주거로써 얼마나 적합한지는 모르겠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⑨]비어있는 공간 복층형 오피스텔, 간단한 주거시설을 갖춘 사무실의 일반적인 형태에 다락방을 둔 구조다.


면적과 수납의 문제점을 개선한 상품이 있다면 복층형 오피스텔이다. ‘높이 1.5m를 초과하지 않는 다락의 면적은 바닥면적에 산입하지 아니한다.’는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다락방을 만들었다. 아파트의 서비스 면적인 발코니와 같은 이치로 공사비 등을 분양가에 포함시켜 상품성을 극대화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한 가구가 복층으로 이루어지면 아래층은 거실과 부엌, 위층은 침실로 사용된다. 복층형 오피스텔 또한 이를 따른다. 같은 평형의 오피스텔에 비해 면적이 늘어나고 생활공간과 침실공간이 분리된다는 장점이 있다. 이 상품을 굳이 복층이 아닌 ‘복층형’ 이라고 부르는 것은 공간에 대한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풍부한 빛과 바람


복층형 오피스텔 다락방에서 아침에 멋모르고 일어나다간 머리를 부딪친다. 1.5m 높이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이 거주하기에 온전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락방 높이만큼 커진 창문은 채광에 유리하겠지만 환기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누워서 간신히 잘 수 있거나 수납할 수 있는 다락방 구조를 ‘복층’이라고 부를 이유는 없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⑨]비어있는 공간 타운 하우스(Town house), 엘딩 오스칼손(Elding Oscarson) 건축사무소(Johan Oscarson + Jonas Elding), 복층 주택으로 3개 층이 개방되었다. ⓒake e:son lindman


건축가 오스칼손(Oscarson)과 엘딩(Elding)이 설계한 주택은 복층주택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스웨덴의 아름다운 항만도시인 란스크로나(landskrona)에 위치한 이 주택은 3개 층으로 구성된다. 1층은 정원에 면한 부엌과 식당, 2층은 정원이 보이는 거실과 서재, 3층은 지붕테라스로 연결되는 욕실과 침실이 있다. 이 모두 시설은 벽 없이 내부로 연결되어 풍부한 빛과 바람을 받아들인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⑨]비어있는 공간 타운 하우스(Town house), 정원에 면한 식당은 2개 층이 개방되어 밝고 쾌적하다. 정원 건너 별동의 사무실이 보인다. ⓒake e:son lindman


재미있는 사실은 이 주택이 대형 고급주택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지는 75㎡(23평)의 작은 땅으로 폭이 5m 정도다. 좁은 대지 폭으로 인해 건물이 좁고 길어져 폐쇄적인 형태를 갖기 쉬운 상황이다. 건축가는 이를 해결하기위해 3개 층이 개방된 공간을 계획했다. 내부를 구획하는 벽은 없으며, 세 개의 얇은 바닥이 기능에 따라 부드럽게 공간을 구획한다. 결과적으로 작지만 깊고 풍부한 공간이 다층으로 연결됐다.


비어있는 공간


공간(空間)은 물체에 관한 단어가 아니다. 비어 있으며, 무언가의 사이에 있는 것을 의미한다. 노자의 유명한 말씀대로 ‘그릇의 본질은 그것을 만든 진흙에 있지 않고, 그 빈 공간에 있는 법’이다. 공간에 대한 이해는 접근하는 사람의 생각에 따라 다르다. 허용된 법규 내에서 계산할 수 있는 면적을 공간으로 보는 사람이 있고, 실제 면적이 줄더라도 풍부한 공간과 생활의 쾌적함을 보는 사람이 있다.


[양승열의 건축외전⑨]비어있는 공간 타운 하우스(Town house), 3층 침실에서 보이는 옥상 테라스와 욕실. 아래층의 거실과 개방되어 있다. ⓒake e:son lindman


3개 층이 개방된 이 집은 비어있는(Void) 공간이 무엇인지 잘 보여 준다. 층마다 열려있는 공간은 부엌, 식당, 거실, 서재, 침실, 욕실과 지붕 테라스를 연결한다. 연결된 내부 공간은 사람의 이동을 유도하며 정원으로 열려있다. 작은 땅에 지어진 이 주택은 별동의 사무실을 가지고 있다. 연면적 125㎡ 정도에서 주거로 사용되는 면적은 33평 규모다. 30평대 아파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비교해보면 ‘비어있는 공간’의 힘을 알 수 있다.


사진 출처
타운 하우스(Town house) : eldingoscarson.com
복층형 오피스텔 : housingnews.co.kr








양승열 painter_e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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