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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범자 기자]"그룹 이름 말고, 예명 말고, 부모님께서 주신 제 이름을 내놓고 싶었어요."
가수 안진경. 뜻도 의미도 모를 영어 이름이 난무하고 외계어같은 예명이 판을 치는 가요계에서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름 석자는 살짝 시대에 뒤떨어지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세련되고 예쁜 이름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지만, 10년의 세월을 돌고 돌아온 그를, 그의 자존심을 지탱해준 것은 이 이름 석자였다.
"늘 그룹 이름이 앞에 오고 그 다음에 제 이름이 나왔어요. 이제는 내 이름을 앞세 내세우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세요."
신곡 '못된 사람'은 귀에 쏙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특히 볼에 팩트를 두드리는 듯한 일명 '메이크업 댄스'는 여성미와 섹시미를 물씬 풍기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안무단장님이랑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어요.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아픔이 담긴 가사인데, 이걸 어떻게 여성스럽게 표현할까 하고요. 보통 실연당하면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잖아요. 그러다가 화장을 진하게 할 수 있구나, 이걸 어떻게 안무 포인트로 연결할까 하다 생각이 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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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투야의 막내에서 2007년 베이비복스 리브의 맏언니로 어느덧 10년을 무대에 선 그녀였다. 하지만 솔로로 선 첫 무대는 어떻게 노래를 불렀는지 기억조차 안날 만큼 엄청나게 긴장했다.
"내가 그렇게 긴장하는 사람인 지 몰랐어요. 무대에서 내려와 스스로 다그쳤죠. 너 왜 이러니, 많이 해봤잖아, 왜 떨어 하면서요. 아무래도 혼자라는 부담감 때문이었나봐요."
안진경은 투야가 해체되고 2007년 베이비복스리브로 재개했지만 해외활동에 주력한 탓에 늘 국내 무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결국 팀을 탈퇴하고 처음으로 홀로서기를 했다.
"10년간 가수 생활을 했지만 실제로 활동한 건 4년 밖에 안돼요. 방송과 무대에 늘 굶주려 있었죠. 이제 바쁘게 활동하고 많이 보여줄 수 있으니까 너무 행복해요."
그의 컴백을 누구보다 기뻐한 이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었다. 연예계 데뷔를 반대했던 보수적인 아버지는 '못된 사람'으로 첫 방송한 후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우리 딸이 제일 예쁘다'.
"문자를 보는 순간 코끝이 찡했어요. 아빠가 문자를 보내실 수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너무 오랜 공백에 우울증까지 앓으며 가수의 꿈을 포기하려고 할 때 그를 적극 만류한 것도 어머니였다.
"엄마, 나 다른 거 할까 했더니 펄쩍 뛰셨어요. 네가 뭐가 부족해서 그러냐, 내 눈엔 네가 제일 잘하고 있다. 엄마가 나서볼까? 하시면서요.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이 뭘 하실 수 있겠어요. 그래도 그 말씀이 정말 큰 위안이 됐어요."
안진경은 "요즘 걸그룹 가수들이 너무 잘해서 잠이 안와요"라고 엄살을 떨면서도 "완전한 신인처럼 노력할 거에요. 노래하면서 1등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아니, 한 번 말고 쭉 하고 싶어요"라며 야무진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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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자 기자 anju10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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