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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기업복지제도해부-4]선택적복지제도

[아시아경제 강정규 기자]

선진기업복지제도는 이미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그 효과가 검증된 기업복지제도로, 근로자의 사기앙양 및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실시하는 퇴직연금, 우리사주, 사내근로복지기금, 선택적 복지, 근로자지원프로그램 등의 복리후생프로그램을 총칭하는 제도다. 임금의 유연화 수단으로도 활용돼 협력적 노사관계를 통해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 및 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자료를 바탕으로 6~7일 5차례에 걸쳐 선진기업복지제도의 내용과 사례에 대해 싣는다.

# 치열한 입사 경쟁을 뚫고 취업에 성공한 A씨. 매달 받는 급여 외에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따로 있어 기분이 좋다. 이번에도 지난 달 구입한 책 몇 권과 외국어학원의 수강료로 쓴 돈이 환급됐다. 선택적복지로 제공되는 매년 100만원 상당의 포인트 덕이다. 보건·자기계발·문화생활 등 선택항목 내에서 지출한 돈은 정산을 통해 다음 달 환급된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회사에서 그만큼 챙겨주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세금도 물지 않는 부수입이라 친구들에게 자랑도 했다. 이번 달엔 그동안 비용부담 때문에 엄두도 못 냈던 치과진료를 받을 생각이다. 어차피 올해 안에 다 쓰지 못하면 소멸되는 돈이라 이참에 시원스레 자신에게 투자하기로 했다.


# 자린고비 남편 B씨는 최근 씀씀이가 커졌다. 가족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에 케이크와 꽃다발을 챙기는가 하면, 그동안은 돈 아깝다고 눈길도 주지 않았던 공연도 보러갔다. 이번 설 연휴 때는 생전 찾지 않던 스키장 콘도도 예약했다. 다음 달엔 가족들과 함께 건강검진도 받으러 가잔다. 알고 보니 최근 회사에 선택적복지제도가 도입돼 가족친화 및 건강 레저 항목을 지원받게 됐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모처럼 열린 남편의 지갑에 가족들은 더욱 화목해졌다.

◆ '현금성'이 가장 큰 장점, 이월 안돼 소비촉진 효과
선택적 복지제도(Flexible benefits plan)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복지항목 중 개인에게 할당된 일정 예산 범위 내에서 근로자 개인의 선호나 욕구에 따라 다양한 복지 항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식당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을 골라 먹듯이 기업이 제공하는 복지항목 중 필요항목을 선택할 수 있어 일명 카페테리아 플랜(Cafeteria plan)이라 불리기도 한다.


기존 복지제도가 기업이 정한 복지예산 범위 내에서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선택적복지는 비록 제한된 범위에서 나마 현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택적복지제도의 유형에는 선택항목추가형(Core Plus Option), 패키지형(Prepackaged Plan), 소비계정형 (Flexible Spending Account)이 있다.


이중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첫 번째로 흔히 복지포인트 차감방식이라고 말한다. 근무연수·직급·부양가족 수 등에 따라 일정금액을 포인트로 환산해 직원들에게 1년 단위로 배정한다. 직원들은 의료·건강·문화·레저·자기계발·가족친화 등의 정해진 선택항목 내에서 별도의 복지전용카드를 이용하거나 일반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에 전표를 제출하고 정산해 사용금액을 환불 받는다.


이처럼 제한적으로 나마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다른 복지제도들 보다 부가수입의 성격이 강하다. 올해 2월 복지포인트가 공무원들의 임금을 편법적으로 올리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 역시 선택적복지제도의 현금성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들에게 추가복지혜택을 제공하면서 법인세를 면제 받을 수 있고, 근로자들 역시 자신의 필요에 따라 좀 더 자유롭게 복지항목을 선택하면서 증여세 면제 등의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대개 1년 후 포인트가 소멸되도록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건강·문화·레저 등 연관산업의 소비촉진과 가족친화 및 국민복지향상 등의 사회적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운영하면 노·사 모두에게 유리
선택적 복지제도를 사내근로복지기금에서 운영하면 노·사 모두에게 유리하다. 기업이 기금에 출연한 금액은 손비로 처리돼 법인세 면제 및 수혜근로자에게는 증여세가 면제되는 등 세제혜택이 주어진다. 당해 회계연도 출연금의 80%까지 용도사업의 재원으로 사용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는 사내근로복지기금 정관에 선택적 복지제도에 관한 사항을 기재한 후 지방노동관서에 기금 정관변경 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제도운영은 사내에 운영 부서를 두고 수기로 정산하는 방식과 전문업체에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 있다. 첫 번째 방식은 선택복지항목 인정 시 직원들 사이의 마찰이 발생할 수 있고 실무 부서의 잡무가 증가해 두 번째 방식이 선호된다. 운영방식은 다소 복잡하나 대개 아래의 순서를 따른다.



① 기업에서 복지카드사 선정, 카드사는 임직원에게 기업코드로 등록된 복지카드 발급
② 임직원은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자유롭게 복지카드 사용
③ 카드사(은행)는 카드 가맹점으로부터 매입데이터 전송 받음
④ 임직원은 온라인(복리후생관)시스템에서 조회기간을 설정한 후 복지카드 사용내역을 조회신청
⑤ 카드사(은행)에서 복리후생관 시스템으로 복지카드 사용내역 전송
⑥ 임직원은 사용내역을 조회하여 복리후생비 결제 신청
⑦ 운영부서는 임직원이 신청한 결제 내역 승인
⑧ 기업과 카드사(은행)간 복지카드 비용 정산
⑨ 카드사(은행)는 임직원에게 복리후생비 신청 금액을 입금


◆ 한국가스공사, 선택적복지 도입 후 복지 확대요구 잠잠
한국가스공사(KOGAS)의 경우 복지 항목 및 비용의 지속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직원들이 이에 대해 잘 실감하지 못하고 복지혜택 확대를 계속 요구하는 상황에서 1999년 1월부터 선택적복지제도를 도입했다. 선택적복지에 대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고, 생산능률도 올랐다.


제도 유형은 선택항목추가형으로 의료보상, 재해보장, 건강진단 등을 기본항목으로 놓고, 추가 선택항목으로 건강관리 및 의료, 생활복지, 자기계발, 문화생활 등의 4가지 분야와 하위 항목으로 이뤄졌다.


매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년 단위로 운영되며 상임이사를 제외한 전 직원에게 1포인트 당 1000원에 상당하는 복지포인트를 제공했다. 기본포인트 1200점은 전 직원에게 공통적으로 부여하고, 추가로 근속 1년당 차등 지급되는 근속포인트, 직급에 따라 차등 부여되는 직급포인트, 부양가족에 따라 부여되는 가족포인트를 나눠줬다.



중도 입사자에 대한 포인트 부여기준은 분기를 기준으로 분할하여 적용했고, 휴·퇴직자는 사유 발생일로부터 지급을 중지했다. 포인트는 1년이 지나면 소멸되는 게 원칙이지만, 자율항목은 1년에 한해 이월 가능하도록 했다.


국내최초로 선택적복지를 도입한 IBM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며, 소액청구가 빈발할 경우 예상되는 인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소액영수증은 10만원 단위로 모아서 청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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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규 기자 kj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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