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선진기업복지제도는 이미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그 효과가 검증된 기업복지제도로, 근로자의 사기앙양 및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실시하는 퇴직연금, 우리사주, 사내근로복지기금, 선택적 복지, 근로자지원프로그램 등의 복리후생프로그램을 총칭하는 제도이다. 임금의 유연화 수단으로도 활용되어 협력적 노사관계를 통해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 및 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다.노동부가 근로복지공단의 자료를 바탕으로 6,7일 5차례에 걸쳐 선진기업복지제도의 내용과 사례에 대해 싣는다.
◆퇴직금 대체 수단 '퇴직연금'부상...장단점 잘 따져야
퇴직연금제도는 기업이 사내에 적립하던 퇴직금제도를 대체해 사외 금융기관에 매년 퇴직금 해당금액을 적립, 근로자가 퇴직할 때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받아 노후설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선진제도이다. 종류로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DB),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 개인퇴직계좌(IRA), 10인 미만 특례(기업형IRA) 등이 있다.
확정급여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지급받을 급여의 수준이 사전에 결정되어 있는 제도로, 기업이 퇴직급여(월 평균임금 × 근속년수) 지급재원을 매년 사외 금융기관에 적립해 해당 적립금을 기업이 운용하는 제도이다. 기업이 납부한 부담금으로 수익이 발생하게 되면 기업은 그만큼 퇴직급여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으나 반대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용자가 비용을 부담하고 그 운용에 대한 수익과 책임도 함께 지고 있는 제도이다.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은 급여의 지급을 위해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부담금의 수준이 사전에 확정돼 있고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은 근로자 재직 기간 동안의 투자 성과에 따라 변동되는 제도다. 사용자는 정기적으로 근로자의 개인계좌에 자산(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적립해주고, 근로자는 그 적립금을 금융상품에 투자하다가 퇴직할 때 운용성과에 따라 퇴직급여를 수령하게 된다. 결국 투자 위험과 수익에 대한 책임을 근로자가 지는 것이다.
개인퇴직계좌는 퇴직급여제도의 일시금을 수령한 자 등이 그 수령액을 적립·운용하기 위해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설정한 저축계정으로서, 근로자가 퇴직하거나 직장을 옮길 때 받은 퇴직금을 자기 명의의 퇴직계좌에 적립하여 연금 등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노사가 원하면 근로자 전원을 개인퇴직계좌에 가입시킨 경우에는 퇴직급여제도를 설정한 것으로 간주해 보다 간편한 방법으로 퇴직연금과 유사한 형태의 퇴직급여제도(기업형IRA)를 운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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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는 퇴직금떼일 염려 없고 사업주는 법인세 절감
기존 퇴직금제도는 금융기관에 맡겨 놓지 않고 장부상으로만 적립돼 사업장이 도산하는 경우 떼일 가능성이 높았다. 2009년 기준 전체 금품체불 1조 3438억원 중 4696억원이 퇴직금 체불(34.9%)이었다. 퇴직연금제도는 믿을 수 있는 금융기관에 맡겨 둠으로써 퇴직금을 떼일 염려가 줄었다. 퇴직연금제도는 근로자들의 잦은 직장이동으로 인한 노후자금 소진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장을 이동하더라도 퇴직급여를 은퇴 시까지 관리·운용할 수 있는 개인퇴직계좌(IRA)라는 퇴직(일시)금 통산장치를 마련했다. 개인퇴직계좌에 퇴직급여를 불입하면 퇴직소득세를 퇴직 당시에 내지 않으며, 적립금 운용시에 발생하는 수익에도 과세되지 않는다. 다만, 55세 이후 실제 연금 등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 등을 내게 된다.
확정기여형(DC)의 경우 근로자는 사용자가 매년 부담하는 부담금 외에 추가로 금전을 납입할 수 있으며, 이러한 근로자 추가납입금에 대해서 개인연금과 합산해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또한,적립금 운용 중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모두 투자재원으로 이용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세후 소득을 높일 수 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퇴직연금 부담금으로 납입하는 금액에 대해 퇴직급여추계액의 한도 내에서 손비인정을 받아 법인세를 절감해 이윤을 증대할 수 있다. 특히, 올 연말퇴직보험 등의 유효기간 만료로 인해 2011년부터 손비 인정이 되는 사외적립 방법은 퇴직연금제도가 유일하다.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해 사외 적립한 부분에 대해서는 퇴직급여의 수급권이 보장되기 때문에 임금채권보장제도 사업주 부담금을 경감 받을 수 있다. 임금채권보장제도는 국가가 도산기업에서 퇴직한 근로자들의 임금채권을 보장하여 최소한의 생활안정에 이바지하고자 근로자의 체불 임금, 퇴직금 등을 대신 지급해 주는 제도이다.
◆퇴직금 중간정산하던 사업주도 도입해 볼만
근로자수 30여명이 되는 A기업은 방송물을 제작하고 있다. 직원들의 평균연령은 30대초반, 재직한지 3년이 지난 후의 직원들의 이직률은 높지 않으나, 3년이하의 직원들의 이직률은 아주 높았다. 소규모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A기업의 대표는 우수한 직원들의 채용을 유도하기 위해 연봉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연봉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운영하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운영방법은 퇴직시 몇몇 직원들이 실제 퇴직금 미지급을 이유로 노동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하는 등 수차례 문제가 되기도 했다. 더욱이 2006년 7월 1일 이후 사실상 퇴직금 매월 중간정산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이번 기회에 퇴직금 제도의 운영을 재정비하기로 했다.
회사측은 퇴직시에 퇴직금을 지급해 퇴직시 생활안정자금으로서의 제기능을 회복하고, 의무적으로 매월 사외에 적립함으로써 퇴직금의 안정적인 적립을 해가기로 했다. 퇴직연금제 유형은 현재의 퇴직금제도와 거의 유사한 확정기여형을 고려했다.이는 임금인상률이 불규칙적이고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직원들에게도 확정기여형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
직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배경과 퇴직연금제의 유형 및 제도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직원들 대다수가 비교적 젊은 층으로(20대 후반~ 30대 중반) 제도에 대한 취지나 방향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동의를 하면서도 아직 노년을 대비한 자금을 적립하는 것에 대한 관심도는 비교적 떨어졌다. 한편, 이미 매월 중간정산해 지급받고 있는 퇴직금은 매월 생활금으로 활용되고 있어 당장의 실수령액이 떨어지는데 대한 부담감, 사실 명목상 퇴직금으로 지급받았을 뿐이지 사실상 임금으로 인식되고 있는 점 등으로 인해 직원들의 동의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더욱이 퇴직연금제가 도입되면 중간정산이 사실상 제한됨에 따라 직원들의 우려의 목소리는 한층 더 높았다.
A기업은 이러한 폐단을 노사가 인식하고 회사에서는 기존의 퇴직금항목으로 지급받고 있던 퇴직금은 연봉으로 편입시켜 생활급 수준을 보전하고 별도의 재원으로 퇴직금을 확보해 적립하기로 했다. A기업의 대표는 지금까지 퇴직금을 연봉에 포함시켜 매월 지급하다 보니 퇴직할 때 직원들이 마지막달 월급 외에는 거의 빈손으로 퇴직하게 돼 늘 퇴직자의 뒷모습을 보기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라 기대했다. 한편으로는 퇴직금을 별도로 적립하려고 하여도 늘 부채로 인식되어 부담이 됐는데 퇴직연금제 도입을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이 동시에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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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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